두 인사 행방 묘연… 협상 총괄 대신 하위직 꼬리 자르기로 일단락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에 대한 ‘하노이 노딜’ 관련 문책이 이뤄진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대미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역할과 지위를 고려해 ‘꼬리 자르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동향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이날 “김혁철ㆍ김성혜가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책임자로 지목돼 문책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만남 직전까지 두 인사가 미국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북한 최고지도부의 상황 판단을 흐릴 법한 부실한 보고를 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두 인사 행방은 묘연하다. 김혁철 특별대표는 외무성으로 원대 복귀했을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제1부상으로 승진하며 향후 북미 협상에서 입지가 커진 것도 김혁철 특별대표의 원대 복귀설에 힘을 싣는다. 여전히 국무위원회에 잔류해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실무 협상 카운터파트인 그를 내치는 게 북한으로서는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임을 지우더라도 조용히 지울 것”이라는 말이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김성혜 실장은 통전부 차원에서의 희생양이 된 듯하다. 이론상으로는 북미 협상 총괄 책임자였던 김영철 통전부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군부에서 그가 갖는 상징성 등 내부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해 하위 직급을 문책하는 쪽으로 북한 지도부가 결심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성혜 실장과 접촉해온 외국 정부 당국자들은 “(김성혜 실장과) 아예 연락이 끊겼다”며 일선에서 물러났을 것이란 추측을 해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영철도 하노이 결렬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북한 내 위상이나 김정은 체제에서의 역할을 감안해 책임을 면한 것 같다”며 “(김영철은)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자아 비판을 한 뒤 면책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협상에서 외무성 라인 비중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김영철 통전부장도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부원장은 김혁철 특별대표, 김성혜 실장과 관련, “정확한 분석은 아니지만 문책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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