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공소장 변경 신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서 빼기로 했다. 재판부가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할 대목이 공소장에 포함돼 있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수용하자, 검찰이 전략적으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15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이 일본주의(一本主義)에 반한다”는 양 전 원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는 불필요한 설명 없이 혐의 사실 위주로 간단히 적어야 한다는 게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이다.
검찰은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해당 혐의로 기소되지 않은 관련자에 대한 서술이나 혐의 사실로 인한 결과를 언급한 부분 등을 공소장에서 들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재판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과 관련해 고영한 전 대법관의 행위가 자세히 언급된 것을 예로 들며 “그 부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세히 기재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지적했고, “공소사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결과나 영향에 대해 계속 기재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부정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당초 “공소사실 특정이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라도 자세히 서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조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재판부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의 소송 지휘를 따라야 하는데 증거 목록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제출이 늦었다”며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재판 지연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양 전 원장 측도 “검찰이 전체 수사목록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판 쟁점과 진행 방식이 정리되는 대로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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