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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월호만? 다른 참사를 이만큼 이야기하지 않은 게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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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월호만? 다른 참사를 이만큼 이야기하지 않은 게 더 문제”

입력
2019.04.16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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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5주기] 유가족ㆍ생존가족 인터뷰집 발간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의 유해정, 미류, 이호연, 홍은전, 박희정(왼쪽부터) 인권기록활동가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역사책방에서 만났다. 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책이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이다. 홍윤기 인턴기자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의 유해정, 미류, 이호연, 홍은전, 박희정(왼쪽부터) 인권기록활동가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역사책방에서 만났다. 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책이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이다. 홍윤기 인턴기자

“2015년 1월 세월호 가족들이 도보 행진을 할 때였어요. 세월호 엄마 중 한 명이 목도리를 안하고 온 거예요. 그런데 어떤 엄마가 아기 목도리를 풀어 줬어요. 그 엄마한테는 되게 소중한 아기잖아요. 나를 되돌아 보게 되는 거예요. 나 혼자 살자고 아등바등해서, 그래서 내가 이 일을 당했나. 내가 잘못해서 내 죄를 내 새끼가 받고 갔나. 거기서 무너져서 울었어요. (아기 엄마 같은) 그런 분들, 그 분들 마음 없었으면 우리는 못 싸웠을 거예요.”(임영애씨ㆍ세월호 희생자 오준영 엄마)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5년이 흘렀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의 시간은 요동쳤다. 고통은 한 번도 멈춘 적 없지만, 그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극복할 수 없는 고통, 돌아갈 수 없는 일상을 온 몸으로 껴안은 채 두려운 세상을 향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한발 한발을 내딛는 중이다.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맞춰 나온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창비)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가족 57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말과 눈물로 지난 5년을 기록한 책이다. 참사 이후 남은 가족의 삶을 끈질기게 추적해 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만난 ‘작가기록단’의 인권활동가 유해정, 박희정, 이호연, 홍은전, 미류씨는 조심스럽게 “희망”을 말했다. 절망 속에서 어렵게 발견한 희망.

5년이 속절없이 지나는 동안 유가족의 고통은 줄어들거나 약해지지 않았다. 먹고, 입고, 자는 생존 행위조차 이들은 허락 받지 못했다. “아이 잃고 밥이 넘어가냐, 잠이 오냐, 화장할 정신이 있냐…” 일거수일투족이 입방아에 올랐다. “보상금으로 호강한다”는 말이 듣기 싫어 이사도 여행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나서 울면 운다고, 그래서 웃었더니 이제는 또 웃는다고 뭐라 하니까, 간간이 울면서” 잔혹한 시간을 버텼다.

유가족의 ‘삶’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작가기록단’은 몸이 아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몸살에 걸렸고,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홍은전씨는 “여러 번 작업하면서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초연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1차 발표 기자회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특별수사단 설치 책임자 처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1차 발표 기자회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특별수사단 설치 책임자 처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그러나 눈물은 눈물로 끝나지 않았다. 기록단은 유가족으로부터 쓰라린 성장의 조짐을 읽었다. 유가족들은 온통 슬픔에 갇혀 있기를 거부하고 타인의 고통에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고통의 연대’였다. 책에는 유가족들이 5ㆍ18 광주민주화 항쟁 피해자 유가족과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유가족 등을 만나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나온다.

‘‘‘우리 딸이, 우리 애들이 제일 불쌍해. 이것보다 더 아픈 건 없어’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거든요. 근데 밀양도 갔다 오고, 강정도 가고, 용산 참사 어머님들도 만나면서 깨달았죠. 그 아픔 속에서도 우리를 위해서 와주신 분들이 있구나.”(윤경희씨ㆍ김시연 엄마)

유가족들은 성장했지만, 사회의 키는 자라지 않았다. 끔찍한 기억이란 마음만 먹으면 뚝딱 지울 수 있는 것이라는 듯, 서슴없이 “지겹다”고들 한다. ‘작가기록단’은 언젠가 또 일어날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력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유해정씨는 “사람들은 왜 세월호만 계속 이야기하느냐고 하지만, 다른 참사들에 대해 이만큼 묻지 않았던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월호를 잊고 넘긴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죽음과 참담함, 부정의를 반복해 마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이들은 주문했다. 세월호 참사를 유가족들만의 비극으로 좁게 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호연씨는 “유가족들은 세월호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고통을 받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연대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사회 구성원 저마다의 고통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으로 발전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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