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나루히토(徳仁) 왕세자 새 일왕 즉위 전후로 열흘 연휴가 가능하게 됐는데도, 일본인 10명 중 4명은 “기쁘지 않다”고 응답했다. 장기 연휴에도 여전한 업무와 가사 부담이 이유였다.
15일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최근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쁘지 않다”는 응답이 41.0%였고 “기쁘다”는 응답은 36.5%였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21.1%였다.
열흘 연휴가 기쁘지 않은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선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없다”는 응답이 28.0%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업무를 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19.3%), “가사 등의 부담이 늘어난다”(10.8%), “휴일이 길어 업무에 지장이 있다”(9.6%), “휴일이지만 쉴 수 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7.0%) 등 응답도 많았다. 사상 최장이라 불리는 열흘 연휴에도 업무와 가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쁘지 않다”는 응답은 직장인들이 많은 30대(46.9%)와 40대(45.9%)에서 높게 나타났다.
업무와 가사에서 벗어나 며칠간 쉴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10일”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2~3일간”(18.5%), “전혀 쉬지 않는다”(15.0%), “4~5일간”(10.6%) 순이었다.
평범한 일본인들의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 여행ㆍ레저ㆍ외식업계는 열흘 연휴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는 열흘 동안의 연휴 중 여행 소비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3,323억엔) 증가한 1조4,824억엔(약 15조4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본 최대여행사인 JTB는 연휴 중 2,467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196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다 규모다.
국내 숙박 및 레저시설에 대한 수요도 높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오사카(大阪)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연휴 중 8일간의 1일 입장료(성인 1일권)를 8,900엔(약 9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예매 상황은 ‘최상’이라고 밝혔다.
반면 제조업계는 공장 가동을 중지, 경제효과에 있어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는 9일간 쉬고 연휴 마지막 날인 5월 6일부터 가동을 재개한다. 물류업계는 연휴 기간 고속도로 정체에 따른 배달 지연 등을 우려하고 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는 10일간 이어지는 연휴로 여행ㆍ레저ㆍ외식업계에선 성장 효과를 보겠지만 광공업ㆍ금융업계에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전체적인 경제 효과는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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