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티투섬을 놓고 험악한 관계로 치닫고 있다. 필리핀이 23일 열릴 중국 관함식에 사상 처음 함정을 파견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잔칫상에 재를 뿌릴 판이다. 특히 필리핀은 5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물러설 처지가 아니다. 26~27일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해결의 물꼬를 틀 지 주목된다.
필리핀이 지난해 말부터 섬에 활주로를 짓고 실효지배를 강화하자 중국은 물량공세로 맞섰다. 올해 들어 275척의 선박을 보내 섬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에 필리핀은 지난 4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이 섬을 건드리면 군에 자살 임무를 지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13일에도 대통령궁이 나서 “양자관계를 위태롭게 자극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외교장관도 트위터에 “중국이 양국 관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은 특히 힘의 열세를 뒤집기 위해 한때 서먹했던 미국과도 손을 잡았다. 남중국해에서 12일까지 연합훈련을 벌이며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F-35B 스텔스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강습상륙함 USS 와스프를 보냈다”면서 이를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6월 취임 이후 친중 노선을 표방하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다시 미국 편으로 돌아선 셈이다.
중국은 발끈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해온 터라 충격이 더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중국은 분쟁지역인 티투섬에 군사시설을 설치하지 말라고 필리핀에 경고했다”면서 “이는 유사시 미군이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줄곧 “티투섬을 포함한 난사(南沙)군도(스프래틀리제도)는 엄연한 중국 영토”라며 선박을 계속 보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을 향해 마냥 윽박지르기는 곤란한 처지다. 500명 가량을 태운 필리핀 전략지원함이 16일 중국을 향해 출항하기 때문이다. 23일 칭다오(靑島) 관함식에 참가할 사절단이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불참해 찬물을 끼얹은 상황에서 미국의 우방국을 하나라도 더 끌어들여 관함식의 판을 키워야 한다. 더구나 중국 언론들은 지난 1월 가장 먼저 참가 의사를 밝힌 필리핀의 결단을 추켜세우며 이번 관함식 분위기를 띄워왔다. 미국의 주요 우방 가운데 현재까지 참가 의사를 밝힌 나라는 한국ㆍ일본ㆍ프랑스ㆍ인도 등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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