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법관 66명의 비위 사실을 통보받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징계 절차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일부 대상자는 3년으로 정해진 징계시효가 만료돼 ‘시간 끌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위 법관 상당수는 여전히 법봉을 휘두르고 있어 대법원의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검찰로부터 현직 법관들의 비위 사실과 자료를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것은 지난달 5일이다. 당시 대법원은 “비위 사실 통보 법관들에 대한 징계 청구나 재판 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이 내린 조처는 현직 법관 6명을 재판에서 배제하고 ‘사법연구’로 발령낸 것이 전부다. 정작 중요한 법관 징계 조치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자체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나 검찰의 비위통보 대부분이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고 증거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어서 그리 시간이 소요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징계를 미적대는 바람에 시효만료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따르면 사법농단 사건의 상당수가 2016년 3,4월에 벌어졌다.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 등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돼있는 법관징계법에 의해 징계시효가 이미 만료됐거나 곧 만료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렇게 시효에 쫓기는 상황인데도 대법원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제식구 감싸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의 사법농단 법관 1차 징계 때도 6개월 넘게 시간을 끌다가 그나마도 일부만 정직 6개월~견책의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말로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셀프 면죄부’에 급급한 게 지금의 김명수 대법원 모습이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계속 법대에 앉아 내리는 판결을 수긍할 국민들은 많지 않다. 대법원은 하루빨리 징계를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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