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전자랜드 챔프 1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양동근(38)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체력’이다. 아무리 철인이라고 해도 우리 나이로 곧 불혹인데, 활동량이 예전 같을 수 없다. 올 시즌엔 2004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평균 출전 시간이 20분대(26분53초)로 줄어들기도 했다.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는 여전히 팀의 중심이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다섯 차례 우승으로 ‘현대모비스 왕조’를 세운 양동근을 “우리의 가보”라고 표현했다. 이번 시즌 부쩍 성장한 이대성(29)이 대세 가드로 떠올랐다고 해도 유 감독은 양동근이 리더로서 가진 묵직함을 더욱 신뢰했다.
실제 양동근은 플레이오프 들어 더욱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주 KCC와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31분22초를 뛰었다. 하루 걸러 한 경기를 치르는 일정에도 그는 “체력은 다른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코트에 뛰는 10명의 선수 중에 잘 뛰는 선수로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인천 전자랜드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양동근은 건재했다. 13일 1차전에서 95-95로 맞선 경기 막판 끝내기 3점포를 꽂는 등 32분7초 동안 1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기뻐하기보다 반성부터 했다. 그는 “이겨서 좋지만 반성할 것 투성이인 경기였다”며 “이기고 있을 때 턴오버를 했는데, 상대 3점슛까지 들어갔다. 그 순간, ‘관둘 때가 됐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결정적인 순간 실책을 했어도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직접 끝낸 리더의 모습에 차기 리더로 꼽히는 이대성은 “이겼는데 무엇이 중요한가. (양)동근이 형이 해결해서 이길 수 있었다”며 “승리도 하고, 팬들도 재미 있는 경기를 봤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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