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미래위가 최종 판단중
형사재판의 구형과 선고는 검사와 판사의 마음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과 법원은 각각 구형ㆍ선고량의 잣대가 되는 양형 기준을 가지고 있다.
대법원은 2000년 초반 사법개혁 일환으로 양형기준제가 추진되면서 2007년 구성한 양형위원회를 통해 기준을 마련한 뒤 2009년 7월부터 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검찰은 통일된 사건처리 기준을 2008년부터 마련해 시행 중이다. 과거에도 일선 검찰청마다 사건처리 기준은 있었지만,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뤄져 ‘고무줄 구형’이 나온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500~600쪽에 달하는 통일된 사건처리 기준에 따라 △구형량과 △벌금액수 △구속 및 기소여부까지 결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대법원 양형기준이 일반에 공개되는 반면, 검찰의 사건처리 기준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대외비라는 점이다. 검찰 측은 구형은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데다 사안에 따라 국민들의 법 감정이나 공익을 위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구형을 높이는 경우도 있어 일반에 공개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비밀주의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미운털이 박히면, 검사가 터무니없이 구형을 높게 때리는 경우도 있다”며 “구형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변호인조차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출범한 검찰 개혁위원회에서도 검찰의 사건처리 기준 공개를 놓고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사건처리 기준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휘부에서는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음주운전 등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기준을 정리하기 쉬운 사건들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2월 출범한 검찰 미래위원회(위원장 윤성식 고려대 교수) 안건으로 회부해 최종 판단을 맡긴 상태다.
검찰의 구형기준이 공개되면 법원 양형기준과의 비교 과정을 통해 어떤 기준이 형법 정신에 더 부합하지를 두고 검찰ㆍ법원 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공개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다만 구형기준을 정하는 과정부터 대법원 양형위원회처럼 외부위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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