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208. 두 살 추정 휴고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 한 주택의 옥상에 세 마리의 개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옥상 위의 개들은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했고, 털은 뒤엉켜 앞을 볼 수 조차 없을 정도였습니다. 개들에게 주어진 음식은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였습니다. 문제는 옥상에 있는 개들이 지붕을 타고 넘나들었고, 그러는 사이 옥상에서 떨어져 다치는 일도 일어났다는 겁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동물 학대로 구청에 신고를 했는데요, 불행히도 두 마리는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넌 뒤였고, 구청과 활동가들은 할아버지를 어렵게 설득해 나머지 한 마리만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중순 그렇게 옥상 밖으로 나온 게 ‘휴고’(2세 추정ㆍ수컷)입니다.
처음에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왔을 당시 병원에서 휴고에게 가장 먼저 해준 건 털을 묶어 준 겁니다. 앞을 하나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털이 원래 흰색이었는지 검정색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털은 더러워진 상태였는데요. 털을 깎고 나니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덩치도 4㎏에 불과했지요. 검진 결과 예방접종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행이 큰 병은 없었습니다.
휴고는 사람도 잘 따르고, 개 친구들과도 잘 지냅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휴고가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에서 유기동물의 새 가족을 찾아주는 행사에 나와선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을 보고 운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시간을 보내주지도, 음식을 주지도 않았지만 휴고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걸까요.
2년간 힘들게 지냈지만 휴고는 성격도 건강도 좋습니다. 이제 ‘준비된 반려견’ 휴고에게 필요한 건 평생을 함께 할 가족입니다. 휴고는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 노란천막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가족찾기 행사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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