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 커머스 플랫폼 제공
베트남 기업과도 MOU
농작물 재해 분석시스템 개발 중
“판교의 유니콘기업 되는 게 꿈”
2월 26일 분당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블루블랩’이 인도네시아 수산물 무역 기업 아루나(Aruna)와 수산물 유통 통합관제시스템 독점 공급 및 공동 개발 MOU를 체결했다. 흔한 MOU 중 하나인 것 같지만 블루블랩은 순수 대학생들만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으로 해외진출까지 고스란히 자력으로 이뤄냈다. 김지우(21) 대표는 단국대 1학년 휴학생이다.
블루블랩은 AI기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상품과 인플루언서(SNS 유명인)를 매칭하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사가시오’(Sagasio)를 제작하고, 지금은 농작물 재해손실 분석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농작물 재해손실 분석시스템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년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1억을 지원 받기도 했다. 블루블랩은 앞서 베트남 메가 인플루언서 한 전문 기업과도 사가시오를 통한 제휴 MOU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도움은 일절 없엇다.
블루블랩은 단국대학교와 계명대학교 재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모두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팀의 유일한 ‘어른’인 문지원 멘토는 “멘토 역할 이외에는 전혀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우 대표는 “어린 나이여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볼 수 있었다”며 웃었다.
블루블랩과 아루나의 인연은 ‘2018 해커톤 대회’에서 시작됐다. 해커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들이 모여 제한된 시간 내 아이디어 창출, 기획, 프로그래밍 등의 과정을 통해 시제품 단계의 결과를 도출하는 대회다. 이 대회를 계기로 김대표는 해외 스타트업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아루나’ 대표 우타리(Utari)와 만났다. 김대표는 “그와는 명함을 주고 받은 정도였다. 당시에는 함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우타리는 활어 유통 시스템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아루나는 자국 유통망을 상당부문 점유하고 있지만 수산물 배송시스템 등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수산물을 전부 해외 수출하고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김 대표는 우타리의 SNS계정을 통해 그가 한국을 방문했음을 알았다. 김 대표는 “방문 이유도 모른 채 친구로서 밥 한끼 먹기 위해 만났다. 아루나의 그런 사정은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친구였기 때문에 회사의 고민을 쉽게 털어놨고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블루블랩의 기술력으로 해결 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가 아닌 우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였기에 흉금을 터놓는 일이 가능했다.
아루나는 현지에서 소위 ‘핫’한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김 대표는 “기존 인도네시아 현지의 수산물 유통구조는 10단계 정도로 어민들에게 공정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루나가 그걸 바꿔놨다. 대단한 유통망이다”고 말하며 아루나의 미래 가치를 강조했다. 아루나는 소외계층인 어민들을 위해 공정무역으로 수산물을 유통해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했다.
마침 블루블랩은 사가시오를 통한 유통 관련 기술을 갖고 있었다. 유통망에 AI를 적용시켜 내수시장에 활어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바로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각 팀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다. 글로벌마케팅팀은 현지의 영어사용 문화를 조사하고 MOU 협약서를 작성했다. 공식문서 번역 경험이 없어 수많은 리서치를 통해 번역했다. 디자인팀 또한 PPT를 제작하고 블루블랩의 브로셔를 제작하는데 밤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월 4일 진행된 블루블랩과 아루나의 첫 화상회의는 그야말로 비상상태에서 진행됐다. 해외 기업과의 미팅 경험이 전무했던 데다 김 대표는 싱가포르에 출장 가 있었다. 디자인 부문 김수현 팀장은 “대표가 해외에 있어 걱정을 정말 많이 했지만 팀원 별로 맡은 역할을 아주 성실하게 수행해 실수하지 않았다. 팀원들의 순발력과 대표의 지휘 아래 미팅을 순조롭게 마무리 했다”고 말했다.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 제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2월 25일 현지 시장조사 및 MOU 체결을 위해 아루나를 방문한 김 대표는 “현지 조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수산물 유통의 기술적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AI 시스템의 유연성을 살려 충분히 인도네시아의 내수시장에도 활어 공급이 가능해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아루나와 구체적인 논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현재 아루나와 블루블랩은 사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펀딩을 진행 중이다.
비밀유지계약서 때문에 자세한 계약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김 대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넘어 나머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블루블랩은 판교의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젊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권경성(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