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협상한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대신 ‘스몰딜’(단계적 합의)은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처드슨 전 유엔대사는 12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아메리카 뉴스룸’에 출연해 “스몰딜은 (북미) 양측 모두에게 융통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구체적으로 "북한은 핵·미사일 진전이나 활동을 동결하고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일부 제재 해제를 하는" 방식을 거론했다. 이어 스몰딜 해법이 필요한 이유와 관련해 "양측이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북미간 현격한 입장차를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차 북미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뒀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12일 “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북미 양측의 입장 차가 큰 탓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은 일괄타결식 ‘빅딜’ 합의를 바라지만, 북한은 비핵화 단계별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강조하면서도 스몰딜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고, 단계적으로 실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을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북한과의 점증적인(incremental) 합의에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이와 관련 “북한은 총체적인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그 중간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그러나 "지금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는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전문 협상가나 미 국무부에 협상을 맡겨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좋고, 그리고 그의 나라에도 좋기 때문에 북미 간 합의를 원한다"면서 ”그것은 한국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조율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할 때, 타결을 다소 강하게 촉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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