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는 두산을 상대로 16번 만나 단 1승에 그쳤다. 2017년부터 17연패.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특정팀 상대 최다연패 2위의 불명예 기록이었다. LG팬들은 “더 이상 두산과 라이벌이라 표현하지 말라”며 분노했다. 그나마 사상 초유의 시즌 상대전적 ‘스윕패’의 참사를 막은 건 차우찬(32)이었다. 차우찬은 지난해 10월6일 두산과 시즌 최종전에서 9이닝 동안 134구를 던지는 투혼으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두산전 악몽의 늪에서 LG를 구했던 차우찬이 이번엔 시즌 첫 대결에서도 LG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차우찬은 12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3-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마지막 경기에 이어 시즌 첫 대결도 승리로 이끌면서 LG가 ‘두산 포비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차우찬은 지난해 두산전 승리 후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아 올 시즌 합류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빠른 재활 페이스로 벌써 3경기째 등판했다. 완전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토종 에이스’다운 노련한 투구로 2승을 올리며 선발 마운드에 숨통을 텄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관리를 위해 차우찬의 등판 순서를 조정해주며 보호하기로 했다. 당초 차우찬은 지난 9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할 계획이었으나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추가 휴식이 주어졌다. 류 감독은 쾌재를 불렀다. 두산과 시즌 첫 3연전 맞대결을 앞두고 외국인 원투펀치가 빠질 수밖에 없는 로테이션상 첫 번째 투수가 고민됐는데 차우찬을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만약 차우찬이 삼성전에 등판했다면 세스 후랭코프-유희관-이영하가 나오는 두산에 3~5선발로 맞서야 해 시즌 첫 대결부터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천운’으로 순서가 조정된 지난 시즌 두산전 유일의 승리투수 차우찬의 승리 기운이 이어지면서 올 시즌 두 팀의 행보는 흥미롭게 됐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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