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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진보 성향 재판관 ‘매직넘버 6’… 낙태죄 이어 사형제도 폐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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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진보 성향 재판관 ‘매직넘버 6’… 낙태죄 이어 사형제도 폐지되나

입력
2019.04.17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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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선ㆍ문형배 취임하면 보수 2명 줄고 진보 2명 늘어… 6명이면 위헌 결정 위력 

1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1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매직넘버 6’을 확보하는 헌재의 이념지평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헌법재판관은 조만간 6명을 넘어서게 된다. 최근 전격적으로 낙태죄 폐지 결정을 내렸던 헌재가 군 동성애 처벌이나 사형제 폐지 등에서도 전향적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헌재는 문재인 정부 들어 꾸준히 진보적 색채를 강화했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유남석 헌재 소장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ㆍ이은애 재판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이 가세하면서 진보 성향 재판관은 4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6명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선애 재판관과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은 중도로 평가된다. 진보 4명, 보수 3명, 중도 2명의 재판관 구성으로 보면 이념적 균형이라고 해석할 만하다.

하지만 19일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보수 성향인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이 퇴임하는 데다 그 자리를 진보성향인 문형배·이미선 후보자가 메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헌재의 이념적 지형은 진보 6명, 보수 1명, 중도 2명으로 확 바뀌게 된다. 6명 이상 동의하면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헌재는, 지금까지의 헌재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지형 변화를 내다보면서 몇 가지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군 동성애 처벌을 규정한 군형법.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를 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군형법 92조에 대해 헌재는 2016년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조항에 대해 2017년 2월 다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됐고 헌재는 2년 넘게 심리를 하고 있다.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등 사회적 인식의 변화까지 감안하면 이념적 지평을 새롭게 한 ‘진보 헌재’가 전향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헌법재판관-구성-및-판단.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헌법재판관-구성-및-판단. 강준구 기자

사형제 폐지 이슈도 마찬가지다. 헌재가 2010년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최근 9년 만에 다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유남석 소장 등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 재판관 일부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소신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 또한 전향적 결정이 기대되고 있다. 사드 배치나 국정 교과서, 최저임금, 종교인 과세, 세월호 관련 대통령 기록물 지정 등의 민감한 정치적 이슈들도 6인방 진보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재판관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헌재 판결을 재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4기 재판부(소장 이강국)는 노무현 정권에서 진보ㆍ중도 성향으로 분류된 재판관이 최대 7명까지 임명됐지만 사형제와 군 동성애 처벌 문제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서 보수 성향 재판관들로 재편된 5기 재판부(소장 박한철)는 박 전 대통령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했다. 19일 퇴임하는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의 경우에도 모두 보수로 분류되지만 최근 낙태죄 판단에서 헌법불합치와 합헌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그런 관점에서는 헌재 결정은 사회적 변화상의 반영일 뿐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태죄 결정만 하더라도 일종의 가치 문제여서 정치적 성향으로 해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헌재가 헌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념 성향에 따라 헌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통령 몫 3명과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 몫 3명, 여당 몫 1명을 포함해 7명의 재판관은 친정부 성향으로 구성할 수 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역임한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특정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재판관 임기를 9년 정도로 늘리는 것도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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