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쌈주의 한 유권자가 11일 투표 후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그어진 손가락을 들고 있다. 이 선은 유권자들이 중복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어진다. 마주리=로이터 연합뉴스
11일 우타르 푸라데시주의 한 투표소에서 무슬림 복장을 한 여성 유권자가 기표 중이다. 543개 의석 중 91개의 의석의 주인이 결정되는 첫 기간의 선거에는 무려 1,300명의 후보자들이 출마했다. 사왈=AP 연합뉴스

왼손 검지에 그어진 선명한 선. 이 선은 2주에서 3주 동안 그 어떤 방법으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치켜든 손가락에 남은 이 선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증거이자, 9억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흔적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 민주공화국 중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의 향후 5년을 결정짓는 총선이 11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총선 첫날인 11일 서벵골주의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투표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알리퍼두어=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인도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들과 무장 경비대가 나룻배를 타고 브라마푸트라강을 건너 선거 용품을 운반하고 있다. 마주리=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선거’,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라는 명성에 걸맞게 모든 면에서의 규모가 남다르다. 투표 기간만 5주가 넘으며 첫 투표일부터 선거 결과 발표까지 6주하고도 하루가 더 걸린다. 전체 일정을 7개 기간으로 나눠 주마다 5~7일 동안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억 단위의 유권자를 수용하기 위해 투표소도 1,035,918개가 설치된다.

이런 대규모의 선거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지워지지 않는 잉크’다. 각 선거구의 투표 기간은 최장 1주를 넘지 않기에 표를 행사한 유권자의 손가락에 바른 잉크는 그 유권자가 속한 선거구의 투표 기간이 끝날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투표소를 지킴이들이 유권자의 손가락을 검사하며 중복투표를 막는 것이다. 공기업인 마이수르 페인트·니스 주식회사가 인도 선관위의 의뢰를 받아 독점 생산하기 시작한 이 잉크는 현재 말레이시아와 같은 제3국에도 수출되고 있다.

우타르 푸라데시주의 투표소를 지키는 무장 경비대가 인도 총선 첫날인 11일 경찰 복장을 한 소년을 바라보고 있다. 선거유세에 군인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 돼 있지만, 투표소는 군인과 군인에 준하는 무장을 한 경비대가 지킨다. 사왈=AP 연합뉴스

우리나라 유권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선거법도 있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일정과 함께 공표하는 규칙에 따르면 각 부처의 장관이나 이에 준하는 고위공직자는 선거 기간 동안 다음과 같은 행동이 금지된다. △교부금을 배정하거나 배정할 계획을 발표하는 행위 △신규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행위 △도로, 식수시설 등 사회기반 시설 건설을 약속하는 행위 △정부 관료나 공익·토목사업의 책임자를 새로 임명해 여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 정부의 권한을 이용해 집권 여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을 막는 조항들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적용되는 규칙도 있다. 그 어떤 정당, 후보도 선거를 위해 군인이 등장하는 사진을 쓸 수 없다. 문민통제의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인도에서는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군의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엄격한 규칙도 제정하고 특수 잉크까지 개발했지만,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바로 ‘금품 선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현금부터 가전제품까지 동원한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술. 선관위가 기동대까지 구성해 이를 단속하고 있지만, 인근 주류가게에 돈을 미리 지급하고 유권자들에게 술로 교환할 수 있는 유인물이나 명함을 배포하는 눈속임까지 등장한 판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여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돼 있는 인도 국적의 25세 여성이 11일 마하라슈트라주에서 투표 후 손가락을 들고 있다. 나그푸르=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100세를 넘긴 노인 유권자들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고령의 유권자들이 검지손가락에 잉크 선이 그어진 유인물을 들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일정을 마치고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다. 아마다바드=로이터 연합뉴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