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 재조명 ‘이 생명 다하도록’ 출간
변광섭 송봉화 강호생 지역작가 합작
시대정신 예술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극작가이자 소설가, 작사가, 시인, 언론인으로 활동한 한운사(1923~2009)선생의 삶과 정신을 담은 책자가 그의 고향 충북에서 출간됐다.
선생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이 생명 다하도록(도서출판 달밭)’은 지역 작가 3명이 합작했다. 문화기획자인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가 글을 쓰고, 송봉화 충청역사문화진흥원장이 사진을 맡았다. 삽화는 충북미술협회장을 지낸 강호생 화가가 그렸다.
‘콘텐츠의 전설, 한운사 다시보기’란 부제가 붙은 책은 선생이 겪은 시대적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난 주옥같은 작품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고향(괴산 청안)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만세운동, 그가 학도병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이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천인침(千人針)을 만든 이야기, 주막을 운영했던 어머니, 청년 문학인 이어령과의 인연, 정치 실화를 작품화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른 사연 등을 담았다.
또 육필 원고와 메모,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나 드라마의 포스터, 기록사진도 빠짐없이 실었다. ‘나를 위해 한 평의 땅이라도 헛되이 쓰지 말라’ ‘기쁨을 돈에서 찾는가, 바보같은 인간들아’ ‘내 이럴 줄 알았어. 역시 한 조각 구름인 것을’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 진짜 사기꾼이다’ 등 촌철살인의 그의 어록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빨간 마후라’ ‘잘 돼갑니다’ ‘남과 북’ ‘아낌없이 주련다’ 등은 책 속의 QR코드를 통해 직접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이번 출간을 기획한 변광섭 교수는 “일제 강점기부터 6.25 한국전쟁, 근·현대를 아우르는 작가의 80여년 삶을 통해 절망의 벽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달려온 문화의 힘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와 영화, 교육과 언론을 넘나들며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고 뜨거운 인간애를 추구한 한운사 선생은 대한민국 콘텐츠의 뿌리이자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이런 분이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잊혀지고 있다. 앞으로 선생의 삶과 예술혼을 관광자원으로 특화하고 한운사예술제 등 다양한 문화 사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괴산군 청안면에서 태어난 한운사 선생은 청주상고를 나와 서울대 문리대 재학 중 문단에 등단하고 방송작가로도 데뷔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일일 TV드라마인 ‘눈이 내리는데’를 비롯해 수많은 방송대본과 영화 시나리오, 소설 등을 집필했다. 노랫말도 다수 썼는데, 이산가족의 아픔을 그린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온 나라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한국펜클럽 대표 등을 지냈으며, 2002년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괴산군은 2012년 청안면의 생가 터에 한운사기념관을 건립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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