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엔 유난히 꽃놀이를 시샘하는 주말 봄비가 잦다. 우연치곤 꽤 규칙적이다. 서울에는 지난주까지 4주 연속 주말(금~일)에 비가 내렸다. 주말 사흘 중 최소 하루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심술궂은 주말 날씨가 매주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청 지상관측자료를 보면 최근 한달간 서울 지역에 강수량이 0.1㎜ 이상 기록한 날은 3월 15일, 20~21일, 23일, 30일, 4월 6일, 9~10일 등 총 8일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인 4일이 주말인 금~일요일이었다. 공교롭게도 3월 셋째 주부터 지난 4월 첫째 주까지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 것이다. 주말에 내린 비는 모두 일강수량이 5㎜ 미만의 가랑비 수준이었지만, 강풍이나 우박을 동반하는 날도 있어 나들이에 나선 이들을 잔뜩 움츠리게 했다.
주중에는 봄 옷을 입고 주말이면 다시 겨울 옷을 꺼내는 일도 잦았다. 비가 내리면서 기온도 떨어져 전국 평균 낮 최고기온이 10도에 미치지 못하는 날이 많아서다. 평일에는 평년기온과 비슷하거나 웃도는 포근한 날씨를 보이다 주말이면 구름이 잔뜩 끼며 쌀쌀한 날씨를 보인 것이다. 특히 지난달 마지막 주말이었던 30~31일에는 눈과 비, 우박이 게릴라처럼 쏟아지고 강풍까지 부는 변덕스런 날씨를 나타내기도 했다.
아직 벚꽃을 즐기지 못했다면 서둘러야겠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활짝 만개한 벚꽃을 보는 것도 오늘(13일)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비 소식이 있다. 12일 기상청은 “13일 전국이 대체로 맑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져 14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비는 이날 오후 늦게 대부분 그치겠지만 강풍이 부는 지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말바다 궂은 날씨가 반복되는 이유는 북쪽의 찬 공기 세력과 남쪽의 따뜻한 공기 세력이 이동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따뜻한 남쪽 공기가 한반도에 머물다가 주말이면 갑자기 쳐들어온 북쪽 찬 공기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남쪽 공기와 북쪽 공기가 일주일 주기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우연찮게도 주말에 비를 내리고 있다”며 “기온 차이가 큰 두 공기가 부딪히면서 천둥, 번개, 우박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한반도에 머물러 있는 따뜻한 공기의 아랫부분을 파고 드는데 이 때 따뜻한 공기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수증기가 응결돼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구름은 좁은 지역의 높은 고도에 위치해 강수량이 많지 않고 천둥ㆍ번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강풍과 우박 소식도 있다. 기상청은 “14일은 대기 중층 5㎞ 상공에 영하 25도 이하의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불안정해져 돌풍과 함께 천둥ㆍ번개가 치는 곳이 많겠다”며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14일 새벽부터 낮까지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으니 시설물과 농작물 관리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14일 해안과 강원 산지에는 강풍이 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5m(시속 90㎞) 내외로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그 밖의 지역도 초속 15m(시속 54㎞) 내외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강풍 특보가 발표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한 바람과 비가 예보되면서 꽃놀이는 13일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기상청은 또 “14~15일 예상되는 강한 바람과 비로 인해 꽃잎들이 대부분 떨어져 올 봄꽃은 12~13일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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