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내야수 크리스 데이비스(33)의 끝 모를 침묵에 야유를 퍼붓던 홈 팬들이 이젠 동정심 가득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데이비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던 야즈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홈 경기에서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석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이날도 안타를 추가하지 못해 1984년 토니 베르나저드(당시 클리블랜드)의 57타석 연속 무안타 기록을 넘어 61타석 연속 무안타로 메이저리그 기록을 새로 갈아치웠다. 또 연속 타수 무안타 신기록도 53타수로 늘렸다.
2016년 볼티모어와 7년 총액 1억6,100만 달러(약 1,841억원)의 대형 계약을 했던 데이비스는 올해 연봉으로만 2,300만달러(262억3,800만원)를 받는다. 하지만 개막 이후 11경기 37타석에서 단 한 개의 안타를 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타율 0.168로 규정 타석을 채운 141명 가운데 꼴찌였고, 무안타 행진이 이번 시즌까지 이어져 역대 최악의 ‘먹튀’ 소리를 듣고 있다. 또 언제까지 불명예 기록이 계속될지 미국 전역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몸값을 전혀 못하는 데이비스에게 관중의 야유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간 볼티모어의 홈 구장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데이비스가 홈 플레이트로 걸어나올 때마다 무조건적인 동정, 응원, 공감 중 하나가 오리올 파크를 채웠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데이비스는 이날 무안타 기록을 끊을 뻔 했지만 상대 호수비에 막혔다. 2회 첫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는 상대 중견수 호수비에 막혔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수비 시프트에 걸려 아웃 됐다. 7회엔 볼넷으로 골라 출루했지만 8회 3구 삼진을 당했다. 이 때 일부 홈 팬들은 조롱하듯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야유보다 큰 함성에 데이비스는 “지난 며칠 밤 내 뒤에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야유하는 팬들이 대다수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응원해주는 것에 매우 감사하다”고 격려 소리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안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침묵을 깨지 못한 그는 “타석에서 좋은 스윙을 했다”며 “내가 해왔던 과정을 믿고 다음 경기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부진 탈출을 다짐했다.
데이비스가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는 순간, 상대 팀 오클랜드의 크리스 데이비스는 이날 홈런 2개를 때려 9홈런으로 부문 선두에 자리했다. 둘 다 크리스 데이비스로 불리지만 볼티모어 데이비스는 이름이 ‘Chris’, 오클랜드 데이비스는 ‘Khris’로 앞 철자가 다르다.
한편, 국내프로야구 연속 무안타 기록은 염경엽 현 SK 감독이 갖고 있다. 1995년부터 1997년 태평양 시절 51타석, 45타수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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