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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지지 땐 4ㆍ27 남북회담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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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지지 땐 4ㆍ27 남북회담도 가능

입력
2019.04.11 18:30
수정
2019.04.11 21:5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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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성과 여부]

文대통령, 트럼프와 100분간 대화… 비핵화 로드맵 등 큰 틀에서 논의

한미 공조 재확인 수준서 끝날 땐 북미대화 교착상태 장기화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에 나선다.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는 향후 전개될 남북 간 대화의 속도와 방식에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앤드루스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메릴랜드=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앤드루스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메릴랜드=류효진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비핵화 해법을 중심으로 100분가량 대화한다.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 상태(엔드 스테이트) △정상 간의 ‘톱다운(하향)’ 방식 협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유지라는 원칙에 대한 한미 간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큰 틀에서의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은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친교 형식의 단독 정상회담으로 시작된다. 두 정상은 이어 핵심 각료 일부만 참여하는 소규모 정상회담에 나선다. 우리 측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대사가, 미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각각 배석한다. 이후에는 핵심 각료 및 참모들이 배석해 이뤄지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이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을 절충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영변 등 핵 관련 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할 경우 이에 상응해 미국이 부분적 제재 완화를 설정하는 방안도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관련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북외교의 목표와 관련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를 거론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관련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북외교의 목표와 관련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를 거론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제재와 관련해 일정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미가 어느 정도 일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핵심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 또한 확고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이어질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다면 남북은 물론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당장 4ㆍ27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되는 이달 말 원 포인트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 중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미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반면 비핵화 원칙과 한미 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회담이 끝날 경우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대화 테이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공식화하고 있어 북미 간 교착 상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는 탓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우리 정부로서는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이탈하지 않는 수준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역할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되지 않는 새 카드를 문 대통령을 통해 북측에 제시할 수도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느냐를 보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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