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성과 여부]
文대통령, 트럼프와 100분간 대화… 비핵화 로드맵 등 큰 틀에서 논의
한미 공조 재확인 수준서 끝날 땐 북미대화 교착상태 장기화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에 나선다.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는 향후 전개될 남북 간 대화의 속도와 방식에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비핵화 해법을 중심으로 100분가량 대화한다.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 상태(엔드 스테이트) △정상 간의 ‘톱다운(하향)’ 방식 협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유지라는 원칙에 대한 한미 간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큰 틀에서의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은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친교 형식의 단독 정상회담으로 시작된다. 두 정상은 이어 핵심 각료 일부만 참여하는 소규모 정상회담에 나선다. 우리 측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대사가, 미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각각 배석한다. 이후에는 핵심 각료 및 참모들이 배석해 이뤄지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이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을 절충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영변 등 핵 관련 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할 경우 이에 상응해 미국이 부분적 제재 완화를 설정하는 방안도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제재와 관련해 일정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미가 어느 정도 일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핵심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 또한 확고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이어질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다면 남북은 물론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당장 4ㆍ27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되는 이달 말 원 포인트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 중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미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반면 비핵화 원칙과 한미 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회담이 끝날 경우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대화 테이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공식화하고 있어 북미 간 교착 상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는 탓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우리 정부로서는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이탈하지 않는 수준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역할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되지 않는 새 카드를 문 대통령을 통해 북측에 제시할 수도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느냐를 보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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