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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66년 만에 ‘죄’라는 굴레 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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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66년 만에 ‘죄’라는 굴레 끊다

입력
2019.04.11 18:33
수정
2019.04.11 22: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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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낙태 여성ㆍ의사 형사처벌은 위헌” 

 임신초기 여성의 자율권 인정… 내년까지 형법 등 개정해야 

[저작권 한국일보] 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김문중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 여성,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토록 규정한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은 물론, 예외적인 낙태 허용 조건을 규정한 모자보건법도 내년까지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헌재 결정 뒤 곧바로 “헌법불합치 결정된 사항에 관한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11일 형법 제269조 1항(낙태 여성 처벌)과 제270조 1항(의사 처벌)이 위헌이라며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위헌이지만 혼란이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위헌에 해당하는 법 조항을 즉시 폐지하지 않는 결정을 말한다. 이에 따라 헌재는 형법 등 관련 법 개정 시한을 내년까지로 제시했다. 시한 내에 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들은 자동적으로 효력을 잃는다. 법의 효력이 내년 말까지 살아 있다 해도 위헌 결정과 다를 바 없기에 이번 사건의 의사 정씨를 비롯, 낙태죄 재판을 받고 있는 의사들이 있다면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거나 법원이 무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즉시 위헌 결정일 때는 처벌을 이미 받은 여성이나 의사들 모두 재심으로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재심 청구는 각 사안 별로 법원의 판단을 따로 받아야 한다.

헌법재판관 9인의 낙태죄 판단. 그래픽=강준구 기자
헌법재판관 9인의 낙태죄 판단. 그래픽=강준구 기자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에는 자기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신체적ㆍ심리적ㆍ사회적ㆍ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이 반영된다”며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주) 이전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ㆍ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임신 초기 여성의 자율적 권한을 인정했다.

그리고 헌재는 “국가는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사회적ㆍ제도적 개선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은 충분히 하지 못하면서, 형법적 제재라는 위협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전면적ㆍ일률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며 낙태죄가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조항이라고 봤다. 이어 “여성의 낙태죄가 위헌이라면,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의사의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된다”고 판단했다.

낙태죄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온 것은 1953년 형법에 처벌조항이 신설된 지 66년만의 일이다. 앞서 헌재는 2012년 이 사건을 심리했으나, 재판관 4(위헌)대 4(합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정치권ㆍ여성계ㆍ시민단체 등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해 온 천주교계는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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