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ㆍ채권단, 금호 자구안 “미흡하다”… 하루 만에 초강경 입장 압박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11일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한다면, 두 분이 뭐가 다른지 채권단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에는 하루 만에 금융당국과 채권단 모두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추가 대책을 주문했다. 사재출연이나 증자 등 특단의 조치 없이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점과 함께,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에서 금호 오너 일가가 손 뗄 것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최종구 “이미 30년 시간 있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금호 오너 일가를 압박했다. 그는 이날 오전 핀테크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호 측이 자구안을 통해)3년의 시간을 더 달라고 했는데 이미 아시아나엔 30년의 시간이 주어졌었다”며 “채권단이 자구안의 진정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금호 측이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가 없을 것임을 밝힌 데 대해서도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그 두 분이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 채권단이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나 지원은)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며 “5,000억원을 지원하려면 제가 말씀드린 이런 원칙에 입각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채권단의 판단 기준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금호 오너 일가에 대한 기대를 접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 오너 일가의 아시아나항공에서의 퇴출을 압박하는 의미로도 읽힌다.
전날 금호 측은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맡길테니,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자금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일단 산업은행 자금이 투입되면 중간에 지원을 끊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실제로는 5,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금호 측 자구안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권단 “자구안에 실질적 방안이 없다”
채권단도 하루 만에 신속히 입장을 내놓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전날 제출 받은 자구안을 9개 시중은행이 참석한 채권단 회의에서 논의한 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고 결론 지었다.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회장 일가가 담보로 내놓은 금호고속 지분 가운데 이미 담보로 잡힌 부분을 빼면 4.8%뿐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5,000억원의 자금 지원 방안에도 “추가 자금부담 우려”를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대주주가 자신의 몫을 지키면서 협상을 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곧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성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막으려면 박 전 회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황한 금호그룹
금호 측은 채권단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이날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금호 측은 자구안이 단칼에 거부당하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사재출연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 파악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한편에선 채권단의 압박이 비현실적이라는 불만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이미 회사 운영자금을 위해 살고 있는 자택까지 담보로 넣었다”며 “부동산도 거의 없어 추가 사재출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상증자를 하라는 것도, 결국 상장사인 아시아나항공 또는 금호고속에 증자하라는 의미인데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오늘 종가 기준 4,330원으로 액면가(5,000원)보다 낮아 주총에서 증자 안건이 통과될 리 만무하다”고 반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채권단과) 좀 더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을 일단 만나 자구안을 거절한 배경에 대해 물어볼 계획”이라며 “채권단의 진의를 알아야 이후 우리 쪽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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