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강조]
“오판하는 적대세력에 타격 줘야”… 미국 ‘일괄타결 방식’ 거부도 밝혀
북한, 대미협상 우호국가 없는 상황 ‘외교 다변화로 장기전 시사’ 관측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원칙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미 협상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연초부터 당부해온 자력갱생이 제재 국면을 버티기 위한 자구책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1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가 본부청사에서 열렸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나라의 자립적 경제토대를 강화하며 사회주의 건설을 다그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ㆍ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자력갱생’ 단어를 25차례 걸쳐 반복하며 그는 “우리식 사회주의 존립의 기초”, “우리 혁명의 존망을 좌우하는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규정했다.
자력갱생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김 위원장이 제시한 이후, 북한이 줄곧 강조해온 정신이다. 그러나 이번에 자력갱생 당부와 함께 합의문 없이 끝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자력갱생을 대북 제재에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변천된 국제적 환경과 날로 첨예화되어 가는 현 정세의 특수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시고 최근에 진행된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하여 밝히셨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미국의 ‘일괄타결’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도 비교적 분명히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 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적대 세력’, ‘심각한 타격’이라는 표현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을 만한 우호국가를 찾지 못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무력 도발이나 협상 노선 이탈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보다는 대미 협상에 사용할 카드를 마련하거나 미국이 합의 기준을 낮출 때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겠단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부적) 자력갱생을 하며 외교 다변화를 모색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노선이 천만번 옳았다”며 경제 발전 주력 의지를 밝혔으나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내부 조이기’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적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시키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라’, ‘절약 투쟁을 강화하라’는 식의 주문을 내놨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선 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10일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을 추인하고, 국가기관 인사를 마무리 지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에 대한 추대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당 전원회의에선 주석단에 김 위원장이 상무위원들과 함께 자리했던 반면, 올해는 김 위원장이 홀로 앉은 것을 들어 “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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