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타결식 빅딜론’에서 한발 물러서…북한에 대화 신호
11일 한미 정상회담서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논의 주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때까지 핵심 제재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제재 유지에 완강한 입장을 보이며 ‘일괄 타결식 빅딜론’을 주장해왔던 데서 한발 물러서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돼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때로는 우리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그것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올바른 일이 된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 진전을 전제로 제재 문제에 여지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지를 두는 경우'의 예로 "때로는 비자 문제"라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으로는 부연하지 않았다. 이어 “약간의 여지(a little room)를 남겨두고 싶다"고 재차 밝혔다. 전날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북한과의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최대 경제적 압박은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Yes)"고만 답변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감지되는 메시지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이날 청문회에서도 “(제재) 이행 체제, 즉 핵심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비핵화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검증 때까지 핵심적인 유엔 제재는 유지하되, 일부 제재 완화를 고리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진전시키는 방안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거부하며 일괄 타결식 빅딜론을 주장해왔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 제재 철회 트윗을 띄우며 톱다운 외교 재개 여지를 열어뒀다. 미국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제재 문제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메시지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대북 제재가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점은 견지했다. 그는 지난달 나온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와 관련해 현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에 대해 일부 제재 구멍을 인정하면서도 "당신은 이행체제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평양 외곽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그들(북한 사람들)은 제재가 매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경제는 올해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으로 지칭하며 “불량정권들은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 행정부는 제재 이행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호주, 베트남, 중국 등 우리의 역내 파트너들이 제재 이행을 도울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긴 과정"이라면서 "여전히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고 장기전을 예상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외교 성과 부진론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미사일 실험이나 핵 폭발이 없는 지점까지 움직여 왔다"며 "우리의 외교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진해 갈 길이 있으며 그러한 길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더 밝은 미래를 만들고 위험을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 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취임 당시의 상황을 거론하며 "우리는 제재와 외교 면에서 2년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있다. 그것은 적잖은 성과"라며 "제재와 외교는 때로 함께 가지 않는다. 제재가 외교를 단념시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둘 다 성취했다"고 자평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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