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국내 첫 ‘스마트 수술실’ 도입
안상훈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인터뷰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곳이 바로 수술실이다. 환자와 보호자에겐 공포를, 의료진에겐 긴장을 주는 공간이다. 새로운 수술법이나 수술기구는 많이 보급됐지만 수술실 형태나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병원들은 물론 국내 병원에서도 수술실에 ‘스마트’라는 새로운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천편일률적인 수술실이 변하는 셈이다. 지난달 5일 국내 처음으로 ‘꿈의 수술실’이라는 스마트 수술실을 연 분당서울대병원의 안상훈(43) 외과 교수를 만났다.
-‘스마트 수술실’을 국내 첫 도입했는데.
“스마트 수술실은 의사에게 ‘슈퍼 파워’를 부여한 것이다. 의사의 경험ㆍ술기(術技)에만 기대지 않고 첨단 의료기기와 통합한 시스템, 수술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보조장치를 통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한다.
쉽게 말해 의사에게 보통 사람 이상의 시야ㆍ감각ㆍ정확성을 부여해준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슈퍼 히어로가 돼 세상을 구하는 것처럼 수술실이 의사의 슈트가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게다가 ‘교육’ 개념도 추가했다. 대학병원으로 교육뿐만 아니라 텔레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외국 의료기관과 쌍방적인 교육을 지향한다. 수술은 물론 주변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360도 카메라를 이용한 VR영상으로 생생하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화상시스템으로 실시간으로 교육과 정보교환을 한다.”
-기존 수술실과 차별점은 뭔가.
“기존 수술실은 이미 갖춰진 기구나 장비만 사용할 수 있고 장소도 협소하다. 이와 달리 스마트 수술실은 미래 수술기구나 차세대 로봇, 수술 중 내비게이션 같은 장비가 바로 도입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갖췄다. 이로 인해 증강현실(ARㆍAugmented Reality) 이미징을 위한 차세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불필요한 수술 기자재나 소모품은 수술실 밖으로 옮겼고, 기기 노출을 최소화해 감염 등의 위험성을 줄였다. 특히 모든 디스플레이를 벽 속에 넣어 의사가 가장 편한 자세로 수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수술대 조명을 음성으로 조절하는 ‘음성 인식 기능’을 비롯해 FHD(Full HD)보다 해상도가 4배가량 높아진 ‘4K 수술내시경’과 수술 시야를 3차원으로 보는 ‘3D 수술내시경’을 동시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근적외선 이미지를 보여주는 NIR 카메라와 복강경기구를 잡아 주는 로봇팔 등 최첨단 장비도 배치됐다. 이를 통해 외과는 물론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분야의 수술에 모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꿈의 수술실’인 셈이다.”
-스마트 수술실의 장점과 어려웠던 점은.
“수술 의사가 원하는 환경을 한 자리에 구현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수술실에서 의사 대응능력이 높아지면서 환자 안전도 확보됐다. 예컨대 3D 복강경 위암수술을 하다 기능 보전 위절제술과 정밀한 림프절제술을 위해 근적외선을 이용한 영상유도수술(IGSㆍImage Guided Surgery)로 전환할 수 있고, 림프절제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위암 수술 시 특정 수술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 맞는 기능보존수술과 영상유도수술 등 개인 맞춤형 수술이 가능해졌다.
가상현실(VR) 영상도 스마트 수술실의 자랑거리다. 수술실에서는 집도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이 물 속 백조의 짧은 다리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VR 영상은 360도로 수술실 내부 움직임을 모두 관찰할 수 있어 집도의가 아닌 이의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모의수술을 계획할 때도 필요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 처음으로 ‘한국형 스마트 수술실’을 개설하느라 적지 않게 애를 먹은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의료기기회사의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고 자체 제작하다 보니 참고할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자 안전과 보안을 우선하기 위해 AR 시스템을 차세대 영상장비와 융합해 이미징하려고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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