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구글이 내년 초 클라우드 리전(Regionㆍ데이터센터 묶음)을 서울에 개설하기로 했다. 부동의 1위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등 세계 유수 업체들이 이미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운영을 하고 있는 중, 이번에 구글까지 경쟁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19’ 행사에서 내년 서울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새로운 리전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은 현재 세계 주요 도시에 18개 리전이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도쿄, 대만, 홍콩 등 7곳밖에 없다.
구글이 서울 진출은 무엇보다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속도가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평가. 도미닉 프레우스 구글 제품관리총괄 역시 이날 행사에서 “아시아 지역은 구글뿐 아니라 전 클라우드 업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라고 언급할 정도다.
실제 2016년 AWS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 아모레퍼시픽, 신한은행,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이 같은 추세에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조원 규모에서 2021년 3조4,400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까지 했다.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만큼 경쟁은 불가피하다. 얼마 전 MS에 이어 세계 2위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까지 올해 안으로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선 것. 여기에 올해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으로 금융분야 클라우드 도입 빗장이 풀어지면서 LG CNS, 삼성SDS 등 ‘외국산 클라우드에 국내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국내 업체들까지 참전하기 시작하면서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모 면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이 힘들겠지만, 국내 기업들도 국내 업체라는 이점을 살려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면서 사실상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AWS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한 자리대지만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 나가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LG CNS가 구글 클라우드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제조 라인을 시각적으로 점검,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거나 삼성, 넷마블, 티몬 등 주요 기업들이 구글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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