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의 이대성(29)과 인천 전자랜드의 정효근(25)은 각 팀 사령탑의 ‘레이저’를 가장 많이 받는 선수다. 실력과 농구 센스는 좋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플레이로 감독을 들었다 놨다 한다.
대망의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과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의 바람은 이들이 흥분하지 않고 안정감 있게 경기를 뛰는 것이다. 그래서 10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당근’을 던졌다.
유재학 감독이 꺼낸 카드는 ‘무제한 자유이용권’이다. 창의적인 농구를 즐기는 이대성은 시즌 막판 유 감독과 자유투 대결에서 승리하면 경기 중 자유롭게 뛸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달라’고 했지만 패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유 감독은 “자유이용권을 무작정 주자니 선수가 망가질 것 같고, 본인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막자니 선수의 창의성을 죽이는 것 같아 고민이 많다”며 “이번 챔프전까지만 참고 우승한다면 내년에 무제한 자유이용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우승’이라는 조건이 걸려있지만 이 말을 들은 이대성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이대성은 “올 시즌 들어 가장 기분이 좋다. 4강을 이긴 것보다 좋다”고 웃었다. 그는 또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 공격을 성공시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에 유 감독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이대성은 “끝까지 들으셔야 한다. 슛을 쏘겠다는 게 아니라 패스로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하는 대답을 들은 유 감독은 “KCC와 4강 3차전에서 자기가 승부를 보려고 (무리해서)3점슛을 던진 게 떠올랐다. 어시스트를 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유도훈 감독은 LG와 4강 플레이오프 당시 평소처럼 ‘욱’하는 모습이 실종됐다. 경기 중 유 감독에게 자주 혼났던 정효근도 날카로운 유 감독의 ‘레이저 눈빛’을 받지 않았다. 유 감독은 “4강 때 선수들이 워낙 잘했다”며 “버럭 화낼 때는 선수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이거나 다음 플레이에 집중 안 할 때 그러는데, 그런 상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효근은 “나도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라며 “감독님이 팀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마친 뒤 군 복무 예정인 그는 “다음 시즌 내가 입대를 하면 감독님이 버럭 화낼 일도 줄어들텐데 아쉽다”고 했다. 그러자 유 감독은 “군대 가서 똑바로 안 해도 버럭 할 거야”라며 상무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경고했다.
정규시즌 1, 2위 팀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가 맞붙는 7전4승제의 챔프전은 오는 13일 현대모비스의 안방인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1차전을 치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