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없이 파행하는 장관 인사청문회 
 고위 공직자 인사기준 보완조치 필요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없는 지 살펴야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 2015년 9월 1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해 부대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연평도=국회사진기자단.

‘예비군복 입고 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을 비난했던 사람이 결국 장관이 됐다. 대통령 마음이 얼마나 넓은지는 잘 모르겠다. 온갖 비리 의혹이 제기되도 장관은 한다. 헌법재판관도? 딱히 이번 정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인사 문제는 정치판을 넘어선다. 이 정도면 아이들 교육은 꽝이다. 이런 와중에 공부를 시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것이 교육이다. 탈법하고 탈세하고 투기해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회개하면’ 장관이 된다. 드라마 ‘SKY캐슬’을 부모들은 기억할 것이다. ‘아무리 개판 쳐도 사과만 잘하면 장관 되더라.’

자녀들에게 재테크 방법도 가르칠 것이다. 해외와 국내에 아파트 몇 채 사고, 위장전입, 주식투자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게 아이들에게 보여 준 인사청문회 교육 현장이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였다가 낙마한 최정호는 억울할 수 있다. 아파트 3채 중 자녀에게 한 채 물려주려 했을 뿐, 불법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는 지금 김연철, 박영선 장관처럼 ‘캠코더(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출신이 아니었음을 한탄할지도 모를 일이다.

현실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도덕성 눈높이에 부합하는 장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2017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고위 공직자 7대 인사 검증 기준을 보면 보통 사람도 충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장관 후보자에 오르기까지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어느 정도 일궈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기준에는 병역 비리,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가 포함돼 있다. 병역 비리나 음주운전 성범죄 등을 가려내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고 위장 전입과 세금 탈루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불법적 재산 증식이라는 항목은 애매하다. 투기와 투자의 경계선을 구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초야에 묻힌 거사나 충족할 수 있다. 그러니 청문회는 예외 없이 파행이고 대통령은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장관들도 청문회를 거치면서 만신창이가 되고 국민 신뢰는 급전직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 7대 기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우석훈 교수가 청와대나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 중 45%를 무주택자로 하자는 쿼터제 제안은 신선하다. 인사청문회법 개정도 필요하다. 청문회가 망신주기에 불과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저지할 방법도 없다. 그렇지만 이번 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청와대 민정-인사라인의 부실 검증은 걱정스럽다. 검증을 제대로 못한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의중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모두가 입을 닫았다면 더 큰 문제다.

당나라 태종의 통치사상을 요약한 오긍(吳兢)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는 ‘천양지피 불여일호지액(千羊之皮 不如一狐之腋)’이라고 했다. ‘사기(史記)’의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천 마리 양의 가죽이 한 마리 여우 겨드랑이 털 하나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천 명이 아부하는 말은 한 사람이 정색하고 직언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폭넓은 인재 풀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념이나 정치적으로 뭉친 패거리 등용은 지양해야 한다. 이미 정권 내부에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실업자 신세를 면하려고 관직을 기웃거리는 ‘생계형 패거리’는 피해야 한다. 정권의 품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정치가 움직이는 공간에는 국민의 대의를 실천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어야 한다. 이런 공간의 문호를 개방해 능력 있는 인물을 폭넓게 흡수해야 한다. 이곳이 폐쇄적으로 변하면 맑은 공기의 유입이 차단되고 부패가 촉진된다. ‘정관정요’에는 ‘정혹흥쇠 유관어인사, 치안지본 유재득인(政或興衰 有關於人事, 致安之本 惟在得人)’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치의 흥망성쇠는 인사에 있고, 나라를 안정되게 다스리는 근본은 오직 인재를 얻는데 있다는 뜻이다. 이념의 좌우, 적과 동지를 떠나 국정운영 능력 여부를 인재 등용의 잣대로 한다면 널리 인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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