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초박빙이다. 9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인 베니 간츠 대표가 이끄는 중도정당연합 청백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쪽 모두 선거 승리를 자신할 정도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현지매체 채널12TV는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체 120석 중 청백당이 37석, 리쿠드당이 3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칸TV 역시 37석 대 36석으로 청백당이 앞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채널13TV는 두 정당 모두 36석을 확보해 동률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세 방송사 모두 0~4석 차이의 박빙을 예상한 셈이다.
어느 정당도 과반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정을 구성할 다른 정당의 의석수가 중요한데, 이마저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통신에 따르면 칸TV와 채널13TV의 출구조사 결과에선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진영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채널12TV는 우파진영과 나머지 중도 및 아랍계 정당이 60석씩 정확히 의회를 양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는 서로 승리를 주장했다. 간츠 대표는 방송사 출구조사가 나온 직후 시민들 앞에서 “선거에는 패자와 승자가 있다. 우리가 승자”라고 선언했다. 이어 “나에게 표를 던진 이들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겠다”며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성명을 통해 그의 우파진영이 “명백한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어느 쪽 승리 선언이 옳았는지 판가름이 나기까지는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총선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가 배정되면, 의회에서 선출한 대통령이 주요 정당 대표들과 접촉해 연립정부를 가장 잘 꾸릴 ‘정파’에 정부 구성권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제1당과 제2당은 과반 확보를 위해 다른 정당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보수 강경파 정치인인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부패 스캐들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 대항마인 간츠 대표는 2011∼2015년 4년간 군 참모총장을 지냈고 참신한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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