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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국내 제품에도 허가와 다른 성분

입력
2019.04.10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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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의뢰한 중간 검사 결과…코오롱∙식약처 신뢰도 추락 

판매가 중단된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관절염 신약 ‘인보사’의 국내 유통 제품에도 허가와 다른 성분이 들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에 유통돼온 인보사를 미국 유전자검사 전문업체 ‘위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핵심 성분 중 하나인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세포)라는 중간 결과를 얻었다고 9일 밝혔다.

연골세포여야 할 형질전환세포가 293세포였다는 사실이 이후 최종 확인된다면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의약품 허가당국의 집중 점검이 불가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에 이어 국내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 역시 293세포라면 코오롱의 연구개발 전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허가 변경, 행정처분, 최악의 경우 허가 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코오롱은 인보사 개발과 제조에 쓰인 세포를 연구용 세포은행(세포를 저장하고 배양하는 시설)에서 처음 만들었다. 이후 마스터 세포은행으로 옮겨 대량화한 다음 워킹 세포은행 여러 곳에 나눠 놓았다. 충북 충주의 인보사 생산공장은 워킹 세포은행에서 세포를 받아 의약품을 제조해왔다.

코오롱은 위셀 검사의 중간 결과를 토대로 연구용 세포은행부터 형질전환세포가 293세포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코오롱은 세포은행을 처음 구축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분석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해당 세포를 연골세포로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이 말대로 연구개발 초기부터 293세포가 쓰였다면 임상시험용 인보사에도 293세포가 들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293세포는 인위적으로 배양했기 때문에 무한히 증식하며 종양을 만들 위험이 있지만, 인보사 제조 과정에서 방사선을 조사해 이 위험은 제거했다고 코오롱은 설명했다.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우석(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관계자들이 인보사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우석(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관계자들이 인보사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식약처는 위셀의 최종 검사 결과를 코오롱을 통해 15일쯤 받을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러나 “당사자가 의뢰한 조사만으로 결론 내릴 순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형질전환세포를 연골세포로 보고 허가했는데, 293세포라면 허가 여부를 위해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허가 변경부터 취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자체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세계 첫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로 단숨에 제약업계 선두로 올라섰던 코오롱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더불어 최초 개발임에도 업체가 제출한 자료만 믿고 허가를 내준 식약처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인보사는 사람연골세포와 사람연골세포를 변형한(형질전환) 세포를 섞어 만드는 방식으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임상시험 중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형질전환 과정에서 재료로 쓰인 293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져 코오롱이 식약처에 지난달 자진 신고했다. 식약처는 코오롱에 인보사 판매 중지를 요청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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