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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따라 국민안전 ‘큰 격차’… 힘 실리는 소방관 국가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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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따라 국민안전 ‘큰 격차’… 힘 실리는 소방관 국가직화

입력
2019.04.09 18:41
수정
2019.04.09 23:4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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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 계기로 여론 거세져]

국가직 1.2%뿐, 대형재난 대응 위해 지휘체계 일원화 필요

정부 인건비 부담 문제 해결… 野 반대 넘으면 국회 통과

시도별 소방인력 보족인원 현황. 그래픽= 송정근기자
시도별 소방인력 보족인원 현황. 그래픽= 송정근기자

강원 산불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에 재차 힘이 실리고 있다. 9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문호 소방청장도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이 넘게 동참한 가운데 4년 넘게 잠자고 있던 관련 법안이 이번에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악한 지방재정…국가직화 하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요구해온 역사는 깊다. 2014년 온라인상에서 소방관들이 불이 난 현장에서 쓰는 장갑을 자비로 구입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같은 해 소방관들이 직접 나서 국가직화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체 소방공무원 5만2,247명 중 국가직은 632명으로 1.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지방직이다. 문제는 열악한 지방재정상황이다. 이는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곧바로 국민 안전으로 직결된다. 시ㆍ도의 재정만으로는 소방인력의 법정기준조차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서울의 소방인력 부족률이 9.8%(638명) 수준이다. 지방은 사정이 훨씬 열악해 전남은 39.9%(1,769명)에 이른다. 국민안전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따르는 상황이다.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소방ㆍ안전에 대한 투자 역시 항상 뒷전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ㆍ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재정 지원을 강화해 지역 간 편차 없는 균등한 소방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소방관의 국가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방관에 대한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난에 효과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이유다. 이번에는 산불이었지만 초고층 빌딩이나 화학공장에서도 얼마든지 대형 화재가 날 수 있는 만큼 대형화ㆍ복합화 양상을 보이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뉜 현재의 소방조직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문제 해결… 9부 능선까지 왔는데

그간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었다. 국가직이 될 경우 당연히 중앙정부에서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부처간 입장이 달랐던 탓이다. 기존 소방공무원과 신규채용 예정인 2만 명에 대해서도 모두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소방청과 기존 공무원 인건비는 현행대로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행안부 의견이 맞섰다. 중간에서 기획재정부도 난색을 표했다. 이를 빌미로 야당은 관련 법안을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재부가 소방직의 국가직화를 전제로 소방안전교부세를 인상해서 충원되는 만큼의 인건비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현재 15% 수준인 소방특별교부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45%까지 높여 새로 충원되는 인력의 인건비를 전부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15% 수준이라 지금도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기존 직원의 인건비를 다 주고 있는 상황이다”며 “충원인력 인건비가 해결되면서 예산 문제는 다 해결이 된 셈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소방의 국가직화를 추진하는 것은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특성을 반영해야 할 소방서비스가 획일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자치경찰제는 경찰권력이 비대화된 상황에서 과도하게 집중된 수사권을 조정하자는 취지이지만 소방은 상황이 다르다”며 “전국화하는 대형재난에서 일원화한 현장지휘체계가 필요한 만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종의 절충안으로 소방관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전환하되 현재 시ㆍ도지사가 갖고 있는 인사ㆍ지휘권은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은 현재도 긴급한 재난에 대한 대응은 현장에서 소방기관장이 맡도록 재난관리법에 명시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 문제가 정리되면서 관련 법안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등 총 4가지 법률 개정안이 상정된 것이다. 하지만 의결 직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리를 뜨면서 정족수 미달로 최종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의 열쇠는 야당이 쥐고 있는 상황이 됐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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