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9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외교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교류를 위해 첫 남북 국회회담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문 의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공동주최한 제4회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외교적인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폐기가 당장에 즉각적으로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핵 포기 진정성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의심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고 상대할 수 없다는 낙인찍기와 부정적인 인식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단숨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남과 북, 국제사회 모두에게 용기와 인내, 지혜와 정성이 필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3인의 조합이 평화 실현 가능성을 배가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그 절박함을 봐야 한다. 지도자로서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절박함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유일한 출구가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라는 레일 위에 올라 달리는 것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문 의장은 “북한에 ‘밝은 미래’(bright future)가 있음을 확신시키는 것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적대관계를 완전 청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조기 수확론’에 대한 지지 입장도 밝혔다. 그는 “처음에 이뤄지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는 실질적이고 작지 않은 조치이면서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시작을 통해 결국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르도록 하는 방안이 도출되어 합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의 대북 교류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첫 남북 국회회담을 추진하고 있고, 이미 북측과 친서 교환은 이루어졌으며, 날짜만 정하면 실현 가능한 상황”이라며 “만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즉각 추진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진표ㆍ민홍철ㆍ최재성 의원,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내정자,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김태진 외교부 북미국장 등이 참석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케네스 윌즈바크 주한미군 부사령관, 웨인 에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 등도 함께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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