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안전시스템 강화 예산 추경 포함해서라도 반영을”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여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법안 처리 지연 문제를 놓고 책임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지난해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반대로 관련 법 처리가 무산됐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당국 간 의견 조율이 미흡했다며 정부ㆍ여당에 화살을 돌렸다.
여야 의원들은 9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으로부터 강원도 산불 현황 및 대책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강원도 화재 이후 국민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는 소방직 국가직화 문제였다. 여야는 그러나 여론에 부응할 만한 결론을 끌어내기보단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 미루기에 급급했다. 앞서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11월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한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등 총 4가지 법률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먼저 “지난해 11월 28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소방직 국가직 전환 법안이 처리 직전까지 갔지만 자유한국당 원내 지도부가 통과시키지 말라고 지시해 의결 직전에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소위에서 관련법이 통과하기 직전 야당 의원이 이석함에 따라 정족수 미달로 처리가 무산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소방직 국가직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부ㆍ여당의 사전 조율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우리 당이 소방직 국가직화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두고 정부, 소방청, 기획재정부 간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진복 의원도 “법을 얼렁뚱땅 만들어 넘기면 갈등만 증폭된다”면서 “기재부의 재정문제와 소방청의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고 책임 있는 말을 한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다른 논리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끝장 토론이라도 할 수 있는데 소위 일정을 마냥 미루는 방식으로 회피하려는 꼼수를 보고 싶지 않다”면서 “상임위 전체회의가 끝나기 전에 소방관련 법안의 법안심사소위 일정을 다시 잡아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소방직 정규직화 법안을 국회의원이 된 후 1호법으로 발의한 이 의원은 이날 소방관 제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법안을 언급하며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뿐 아니라 소방인력, 장비 등에 대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 재난에 효과적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쟁점이 크게 있는 법안이 아닌 만큼, 7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신속히 처리해달라”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산림청의 산불 특수진화대는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고용이 불안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처우개선과 안전장비 지원 등 개선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지시도 했다. 또 “긴급재난구호와 피해보상은 우선 예비비로 집행하고, 국민안전시스템 강화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추경에 포함해서라도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