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최고인민회의서 ‘깜짝 메시지’ 없을 듯… 김정은 국가최고직 재추대 전망
북미 협상 교착 상태가 꽤 길어질 조짐이다. 2월 말 하노이 담판 뒤 대북 제재야말로 북한 비핵화의 핵심 지렛대라고 확신하게 된 미국에 맞서 북한이 버티기 모드로 들어갈 공산이 커지면서다. 내부를 다잡으며 당분간만 견디면 미국이 전향하지 않겠냐는 심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9일 “11일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 때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유예) 중단 같은 놀랄 만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정보 당국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정기 국회 격으로, 북한은 이를 대외 정책 기조를 공개하는 계기로 줄곧 활용해 왔다.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는 지난달 15일 평양 주재 대사관 관계자 대상 브리핑 당시 최선희 외무성 부상 발언을 근거로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고 핵ㆍ미사일 개발을 재개한다는 ‘폭탄 선언’을 최고인민회의에서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이 어느 정도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노이 회담 때 제재 해제에 집착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고 압박 효과에 대한 신념을 강화한 미국이 돌연 자세를 바꿔 제재를 풀어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워진 터여서 협상 판을 깨뜨리지 않을 요량이라면 북한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제재 완화를 당장 이끌어낼 수 없게 된 마당에 비핵화 조치 관련 양보를 하기에는 대내 명분이 없고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을 적극 돕는 데 한계가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김 위원장이 새 메시지를 섣불리 냈다가는 자승자박이 되기 십상”이라며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핵 업적이 버리기 아까운 카드인 만큼 넘어온 공을 돌려주고 자생력을 키우면서 버티다 보면 미국이 태도 변화를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오리라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공사도 8일 자기 블로그에 “김정은이 올해 상반기 동안은 미북ㆍ남북 사이의 현 교착 상태를 유지하면서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 비핵화 방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비핵화 협상 탈퇴 같은 용단을 내릴 수도 없을 것”이라고 썼다.
한편 14기 대의원들의 첫 회의 자리인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기관 인선과 김 위원장의 국가 최고직 재추대가 이뤄질 것으로 통일부는 전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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