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지분 상속에 따른 거액의 상속세 부담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치솟는 한진칼 주가…상속세 부담은?
조 사장은 일단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 17.84%를 본인 또는 가족을 포함한 우호세력이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조 회장은 한진칼의 본인 지분과 우호 지분 28.95%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에 현재 2.34%의 지분을 가진 조 사장 입장에선 이 지분을 최대한 많이 상속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속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조 회장이 가진 1,055만3,259주를 모두 상속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조 회장이 사망한 8일 기준 앞뒤 2개월씩 4개월치의 평균 주가를 과세기준으로 삼아 50%(상속액 30억원 초과시)를 납무해야 한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할 때 할증되는 주식 평가 기준 시가 20%를 감안하면 8일 종가(주당 3만400원)를 평균 주가로 가정하더라도 1,925억원(과세기준 3,850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급등하는 한진칼 주가가 부담이다. 8일 20.63% 급등한 한진칼 주가는 9일에도 개장과 함께 한때 13% 치솟았다. 이날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매도가 쏟아지면서 0.82% 내린 3만15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조 사장 등 오너일가의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릴 거란 기대 때문에 주가 상승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조 사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분 늘리는 강성부펀드, 국민연금의 선택은?
조 사장은 상속 주식 일부를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13.47%)와 3대 주주인 국민연금(6.64%)의 지분을 고려할 때 자칫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조 사장 등 유족들이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를 전액 납부할 경우 오너일가 지분이 19.09%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여기에 KCGI가 지난해 말 기준 12.68%였던 한진칼 지분을 13.47%까지 늘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 사장은 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데, KCGI는 본격적인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3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조 사장의 경영권 확보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 조 사장은 사면초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진칼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를 내는 건 결국 KCGI 등에 먹이를 내주는 꼴”이라고 했다.
◇3남매가 뭉칠 수 있을까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행보에 주목한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2.31%, 2.30%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건 (조 회장의 지분이) 어떻게 승계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나 조 전 전무, 혹은 조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KCGI와 타협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이 전 이사장이 상속을 포기하고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가 조 사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속 지분을 우호 지분으로 남겨두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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