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 X게임장에서 열린 2019 국가대표 선발전 스트리트 부문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초등학생이 있다. 용인 신촌초등학교 6학년인 임현성군이 주인공이다. 키 150㎝ 남짓한 소년이지만 스케이트보드만 올라타면 고급 기술로 X게임장을 휘젓는 보드 신동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이기도 한 스케이트보드는 △스트리트와 △파크 2개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스트리트는 계단, 난간, 레일, 경사면 등 다양한 구조물을 활용해 기술을 구사하는 종목이고, 파크는 슬로프에서 창의적인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8일 경기 용인시 X게임파크에서 만난 임현성은 “스트리트 기술이 파크보다 부상 위험도 크고 어렵지만, 일단 성공하고 나면 성취감이 훨씬 높다”면서 “역동적인 스트리트가 적성에 더 맞는다”고 말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이 화려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형들이 타는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남들은 보드 위에서 균형잡기도 힘들었지만, 임현성은 불과 한 달만에 웬만한 점프와 장애물 통과 기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만 열 살이던 2017년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보더 등용문’ 미국 탬파 암(Tampa Am)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2018년 아시아오픈 챔피언십에서는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10위(199점)를 차지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정식 코치 없이 오로지 독학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큰 좌절을 맛봐야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2018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컨디션 조절 실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 예선 성적은 좋았는데 본선에서 6위까지 미끄러졌다.
절치부심 끝에 고대하던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타고난 자질이 훌륭하지만,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의 양도 만만치 않았다. 주중에는 방과 후 꼬박 6시간 가량을 보드 위에서 보냈고, 주요 대회를 앞두고는 하루 12시간 맹훈련을 거듭했다. 국가대표가 된 만큼 “체계적인 훈련과 지도, 그리고 체력 관리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또 “실력이 좋은 형들과 함께 훈련하면 힘이 덜 들 것 같다”라고 했다.
보완점도 적지 않다. 아직 근육 발달이 완성되지 않아 하체, 특히 발목과 종아리 쪽에 힘이 달린다. 임현성은 “하체 힘이 약해 상체에까지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다”면서 “하체를 좀 더 단련해서 좀더 유연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일단 목표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것이다. 임현성은 “꾸준히 해외 대회에 출전해 도쿄에 가는 티켓을 따야 한다. 메달은 그 다음의 목표다”라며 웃었다.
용인=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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