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점심시간, 부장님이 “요즘 내 최애 간식은 팬케이크야.”라는 말을 하신다면 직원들은 “부장님 그런 말도 아세요?”라며 놀랄지 모른다. “○○○가 내 최애 아이돌이야.” 같은 식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최애’라는 말은 근래 젊은 세대가 만든 새로운 말 같지만 사실 국어사전에 예전부터 실려 있는 말이다. “가장 사랑함. 또는 그런 대상”이란 뜻의 이 말은 요즘 들어 더욱 생명력을 갖게 된 듯하다.
새로 생겨난 조금 낯선 말 같아도, ‘최애’는 이미 많이 쓰이고 있는 ‘최(最)’와 ‘애(愛)’라는 1음절 한자어끼리 결합한 말이므로 그 의미를 유추하기도 쉽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세대들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에 딱 맞는 말이라 생각해서 즐겨 쓰고 있는 것 같다. 뜻글자인 한자는 그만큼 말을 만드는 능력, 다시 말해 조어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짧게 줄여 쓰기를 좋아하는 요즘 세대의 욕구가 더해져 ‘최애’라는 표현이 생명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는 ‘최애’와 같이 ‘최(最)+1음절 한자어’ 형태로 ‘가장 ○○하다’의 의미를 지닌 말이 꽤 실려 있다. ‘가장 좋음, 좋아함’의 의미인 ‘최호(最好)’, ‘가장 귀하다’의 뜻인 ‘최귀(最貴)하다’, ‘가장 친하다’의 ‘최친(最親)하다’까지, ‘최애’만큼 익숙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쉽게 의미가 예측되고 쓸 수 있을 것 같은 어휘들이 보인다. ‘최애’와 더불어 ‘차애(次愛)’ 역시 요즘 많이 쓰인다. ‘최애’가 익숙해지면서 ‘차애’라는 말까지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이해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내 최애 배우랑 차애 아이돌 둘이 최친하대!”라는 말 정도는 덜 낯설지 않은가? 잘 쓰이지 않고 사전 속에 숨어있던 말도, 어느 날 문득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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