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내홍 격화]
지도부 총사퇴ㆍ조기 전대 등 요구, 하태경ㆍ권은희ㆍ이준석 회의 불참
손학규 “한국당과 통합설 운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
4·3 보궐선거 참패 후 내홍에 빠진 바른미래당의 8일 최고위원회의는 휑한 모습이었다. 최고위원 7명 중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제외한 5명이 불참한 탓이다. 권은희 정책위의장과 김수민 청년 최고위원은 지방 일정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지도부 총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등을 요구했던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ㆍ권은희ㆍ이준석 최고위원은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손 대표 거취를 둘러싸고 두 갈래로 대립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결국 ‘반쪽 회의’로 표면화했다. 그러나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회의 보이콧에도 손 대표는 ‘사퇴 불가’의지가 확고해, 창당 이후 지속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갈등이 분당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내 상황을 의식한 듯 “의원들이나 지역위원장, 당원들이 다음 선거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다음 총선은 다를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집권여당의 노조세력과 제1야당의 공안세력은 다음 총선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며 “중간지대, 중도세력의 확대로 우리가 새로운 주역군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내가) 그만두면 누가 당대표를 하나.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저놈 바꿔라’ 하는 것은 어림 없는 소리”라며 “당세를 모아 한국당과 다시 통합한다는 말이 있는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개 회의에 앞서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와 만나 사퇴를 재차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최고위원과 이 최고위원은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불가 방침을 꺾지 않는 손 대표를 비판하며 결단을 촉구했고, 같은 바른정당 출신인 지상욱 의원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이들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손 대표 본인의 의지가 확고할뿐더러 세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의원들도 적은 상황”이라며 “세 사람이 회의에 오지 않는다면 오지 않는대로 최고위를 운영하거나,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인선에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경우 손 대표의 리더십과 중도노선에 반대하는 개혁보수 성향 인사들의 탈당이 가시화하지 않겠느냐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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