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지분, 상속세 등 변수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달 2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시상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조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본인 지분 17.84%를 포함한 우호 지분 28.95%를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세 자녀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지분은 각각 2.34%, 2.31%, 2.30%에 불과하다. 후계자로 유력한 조원태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 17.84%를 상속받으면 안정적인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데 다만 막대한 상속세가 변수다. 현재 조 회장 지분 약 1,055만주에 대한 상속세는 이날 종가(3만400원)를 감안할 때 1,7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조 사장을 비롯한 3남매가 이를 납부할 현금 자산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지분 승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한진칼의 주가는 20.63%나 급등했는데 조 사장 일가의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이 배당을 늘릴 거란 예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진그룹 지분을 계속 늘려 온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등 제3의 세력이 경영권을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조원태 사장 지분 승계 순탄할까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향후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조양호 회장이 가졌던 한진칼 지분 17.84%를 누가, 얼마나 차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소유해 한진그룹을 최상위에서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조 회장의 지분 17.84%에 대한 법적 상속권리는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3명의 자녀에게 있다. 하지만 현재 조 회장이 상속권과 관련한 유언을 남겼는지, 또는 상속권과 관련한 사전 약속이 있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부인 이 전 이사장의 상속 포기 여부가 승계 시나리오의 첫 번째 관심 사안이다. 업계는 상속 포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그룹 경영권과 직결되는 것이라 이 전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설 게 아니라면 상속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3남매가 17.84% 지분을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시장에선 “조씨 일가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3남매 중 한 명에게 지분을 몰아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3남매가 조 회장 지분을 나눠 갖는다는 건 ‘교통정리’가 안됐다는 걸 의미한다. 이럴 경우 3남매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셋 중 한 명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조건으로 조 회장의 지분을 모두 가져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진칼 지분 구조 및 한진그룹 지배구조/ 강준구 기자
 ◇2대주주 강성부펀드도 변수 

한진칼 지분 13.47%를 소유한 2대주주 강성부펀드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강성부펀드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12.68%였던 한진칼 지분을 장내 매수를 통해 12.47%로 높였다. 일각에선 ‘지분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3남매 중 일부가 강성부펀드와 손 잡고 경영권을 노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조 회장 지분이 3남매에게 쪼개진다면 2대주주인 강성부펀드가 사실상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며 “이럴 경우엔 강성부펀드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3남매 중 누군가가 그룹 경영권을 거머쥘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남매의 보유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당장 현금 납부가 힘들어도 분납, 주식담보대출 등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상속세는 납부할 것”이라며 “다만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당장 경영에 큰 문제는 없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유고에도 당장 그룹 계열사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에 재선임 됐고, 조 사장이 한진칼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조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뒤 올해 시무식을 직접 주재하는 등 그룹 경영을 직접 챙겨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당장 공석이 된 그룹 회장직을 승계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당분간 석 대표이사와 조 사장의 공동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진그룹 내에서는 조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모두 승계 받는 지분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상속세 비용 등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조 사장이 오는 6월1일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의장으로 나서며 한진그룹의 경영체제 전환을 대ㆍ내외에 알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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