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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ㆍ김연철 임명… 문 정부,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급 임명 11명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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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ㆍ김연철 임명… 문 정부,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급 임명 11명째

입력
2019.04.08 17:23
수정
2019.04.08 21:3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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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국정장악 포석 깔린 듯… 한국당 “결사 저항”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양우 문체부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배우자인 송민령씨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양우 문체부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배우자인 송민령씨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자유한국당의 반발에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ㆍ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한국당 등 야당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밀어붙이면서, 야권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수를 두더라도 국정장악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ㆍ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어 청와대 본관에서 진영 행정안전부ㆍ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ㆍ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이미 임명한 국무위원을 포함해 5명의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이를 통해 행정 능력, 정책 능력을 잘 보여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영선 장관에게 “제조 중소기업 외에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벤처기업들, 이 모두가 살아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별하게 성과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김연철 장관에게는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잘 조화시키면서 균형있게 생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며 “(김 장관이)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 왔고, 과거 남북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영선 장관은 이에 “대통령이 중소기업벤처부를 부로 승격시킨 것은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주체임을 천명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국이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고위공직자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고위공직자_김경진기자

신임 장관들은 이날 임명장을 받고, 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일 국회에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7일까지 송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야당의 반대 속에 보고서는 기한까지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는 11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두 후보자를 비롯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승동 KBS 사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만 10명이며,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도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됐다. 4년 9개월간 재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던 장관급 인사 수는 10명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17명, 노무현 정부 땐 3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산불피해를 본 강원 강릉시 옥계중학교를 찾아 이 학교 이정인 주무관이 산불 당시 교실 난간 등에 물을 뿌리는 데 사용했던 고무호스를 살펴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산불피해를 본 강원 강릉시 옥계중학교를 찾아 이 학교 이정인 주무관이 산불 당시 교실 난간 등에 물을 뿌리는 데 사용했던 고무호스를 살펴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야당의 반대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인 데는 10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는 만큼 소모적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인사 문제를 이쯤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또 탈락자가 나온다면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에서까지 야당에 끌려 다니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 이른바 ‘조조 라인’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가겠다는 계산 또한 없지 않아 보인다. 조 민정수석의 입지가 흔들릴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관철에서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 소식에 보수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향후 정국 험로를 예고했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명 강행은) 야당의 반대와 국민 여론은 무시해도 된다는 독선과 오만, 불통 정권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며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국민과 함께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어떻게 정치를 이끌어나갈지 걱정”이라며 비판에 동참했다.

한국당이 당장 국회일정 보이콧과 같은 강경 투쟁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임명 강행의 후폭풍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날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장관 임명이 강행되고,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을 포기한 것과 다름 없는 상황에서 합의를 이루기 어려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당은 또 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장관 인사 임명강행 등을 규탄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향후 추가경정예산 심사에도 쉽게 협조하지 않을 태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미세먼지ㆍ포항지진ㆍ산불과 관련된 재해추경을 별도로 제출하면 국회 역사상 유례 없이 빨리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추경이 혹여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내년 총선을 위한 선심성 예산에 초점이 맞춰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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