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아트홀 무대 위로 하얀 개량 한복에 빨간 띠를 두른 댄서들이 무더기로 뛰어들어왔다. 그들 뒤로는 장구, 해금, 첼로 등 국악기와 양악기에서 나오는 ‘아리랑 변주곡’이 울려 퍼졌다. 힙합댄스와 사자춤, 탈춤이 어우러지는 무대로 한바탕 신명이 펼쳐졌다.
겉보기엔 국악과 양악이 조화를 이루는 통상의 축제 한마당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뭔가 달랐다. 무대 위로 춤추는 이와 연주하는 이들이 모두 보였지만, 실제 무대 위에는 댄서들뿐이었다. 5세대(G) 통신으로 연주와 퍼포먼스를 초고화질로 보고 들으며 마치 한 장소에 있는 듯 ‘원격 협연’을 한 것이다. 연주자들은 공연이 펼쳐지는 내내 부산과 광주에 흩어져 있었고, 전광판으로 송출되는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장단에 맞춰 댄서들이 춤을 추는 공연이었다.
이들 무대는 대한민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기념하기 위해 8일 열린 ‘코리안 5G 테크-콘서트’ 중 5G의 초고속ㆍ초저지연 특성을 상징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원격 협연이었다. 지금까지는 데이터 전송 시차 때문에 서로 떨어진 공연장에서 상대의 영상을 보고 들으며 동시에 협연을 펼치는 게 불가능했지만 4G보다 최대 20배 빠른 5G에서는 이 같은 초고화질 콘텐츠도 시차 없이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는 걸 음악으로 춤으로 보여준 것이다. SK텔레콤의 윤용철 커뮤니케이션센터장은 “5G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한류 콘텐츠의 발굴과 전파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5G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5G 기반 증강현실(AR)을 앞세웠다. 무대 위에 오른 인기 댄스 유튜버 나하은(11)양이 AR로 구현한 가수 청하와 호흡을 맞추며 춤 추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외에도 전통시장에 등장한 가수 홍진영, 학교 운동장에 찾아온 아이돌 아이콘 등 영상 너머로만 만나보던 스타들을 생활 곳곳에서 AR로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T는 무대 위로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을 5G 기반 홀로그램으로 구현해 의미를 더했다. 독립운동가의 산실 신흥무관학교 설립에 기여했으며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등을 지낸 이상룡 선생이 2019년 5G로 다시 등장해 청소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KT 관계자는 “5G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문화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모여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박수를 보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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