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진압 숨은 영웅 ‘단기 계약직’ 처우 논란
“3년째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산림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산림청 비정규직인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를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는 산불 현장 최일선에서 싸우는 진화 전문 요원을 말한다.
자신을 특수진화대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저희는 전문직으로 생각하고 있고, 산불 기간에 출동 및 대기하는 등 전국 산불 진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1년에 10개월만 일해 퇴직금도 없이 일당 10만원에 근무 중”이라며 “산림청에 정규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청원은 83명만 동의해 그대로 종료됐다.
특수진화대 관련 청원은 이 청원 외에도 여러 건이 있었다. 같은 해 1월과 6월에도 진화대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내용과 진화대를 활성화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나 각 1, 2명만 동의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1년이 흐른 8일 특수진화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다시 등장했다. 강원도 일대의 대형 산불 사태 이후 특수진화대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지면서다. 이번에는 바뀔 수 있을까.
이날 올라온 ‘산림청 특수진화대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낮 12시 현재까지 325명이 동의했다.
해당 글의 청원인은 “국민의 무심함 속에서 만료돼버린 이전 청원에 (특수진화대 처우가) 10개월 계약, 일당 10만 원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 당혹감을 금할 수 없었다”며 “10개월 계약 갱신 조건이라면 업무의 전문성, 신뢰성, 효율성은 무엇으로 담보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산하 각 국유림 관리사무소가 단기 계약직 방식으로 운영한다. 1일 8시간, 주 5일 근무가 원칙이고, 일당은 10만 원이다. 이번 산불 진압의 숨은 영웅으로 꼽히는 330명 규모의 특수진화대가 6~10개월의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운영되는 게 현실이었다.
청원인도 특수진화대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국민의 목숨과 안녕이 달린 문제를 현장에서 바로 마주해야 하는 분들을 10개월 계약직, 일당 10만 원이라는 조건에 내버려 둔다면 어떻게 선진국이고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겠냐”며 “산림청 특수진화대원의 정규직 전환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인데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뒤늦게나마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강원 산불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청원이 20만명을 향해 가는 등 열악한 소방 현장의 현실을 지적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수진화대 청원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공무원을 늘리고 국가예산이 추가 투입되는 문제인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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