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피란민 구호ㆍ교육
부산항 석양 조망ㆍ예수상 인상적
부산의 ‘기억 자산’ 흔적도 유명세
부산시는 최근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확산사업의 일환으로 ‘우암동 피란생활 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을 기획한 가운데 우암동 동항성당을 대상으로 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와 같은 예수상이 인상적인 우암동 동항성당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부산항의 석양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최근 TV를 통해 소개된 이후 젊은 층의 관광코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에 따르면 동항성당은 그 전경보다 우암동 지역주민과의 애틋한 이야기가 정감을 더해준다. 동항성당은 1954년 천막성당으로 시작, 1957년 성탄절에 우암동에 건립돼 한국전쟁 이후 지역 빈민사업과 사회복지사업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하 안토니오 신부가 있었다.
‘우암동 판잣촌의 성자’로 불리는 하 안토니오 몬시뇰(1922~2017)은 피난민 구호와 교육ㆍ의료사업 등 58년 동안 부산에서 헌신하다 2017년 94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하 신부는 길거리를 배회하던 소년ㆍ소녀 장애아 등을 사제관에서 직접 키웠으며, 1965년 한독여자실업학교(지금의 부산문화여고)를 세웠고, 학교가 해운대로 옮겨가자 1977년 그 자리에 조산원을 설립, 2만6000여명의 신생아 출산을 돕기도 했다.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하 신부를 가톨릭교회 명예 고위직인 몬시뇰에 임명했다. 명예 부산시민이었던 그는 부산의 ‘기억 자산’으로서 피란시절의 우암동을 중심으로 한 많은 사진자료도 남겼다.
동항성당 최성철 베드로 주임신부는 “50년 전 하 안토니오 신부님이 우암동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셨듯 50년 후의 우리는 성당의 문화재 등록이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문화재 등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국ㆍ시비 200억원을 들여 피란민들의 삶의 애환을 전달할 수 있는 우암동 소막마을의 지역자산을 피란생활과 주거, 피란생활과 경제, 피란생활과 종교의 3개 스토리 및 테마로 구성, 역사문화자산을 통한 체험형 필드 뮤지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영태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피란시절을 지나오면서 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우암동은 도시의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과거 서민들의 삶의 흔적을 갖고 있는 만큼 공모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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