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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대구에 볼 것이 없다? 다 옛말이라예”

입력
2019.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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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구시티투어 ‘타뿌카’ 애칭으로 새 단장 

대구시티투어 수성가창코스에 참가한 대구 영신고 학생들이 6일 대구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대구시티투어 버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달 대구시티투어 노선 개편 때 추가됐다. 윤희정기자
대구시티투어 수성가창코스에 참가한 대구 영신고 학생들이 6일 대구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대구시티투어 버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달 대구시티투어 노선 개편 때 추가됐다. 윤희정기자

“2018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대구 대표 음식테마거리 안지랑 곱창골목 아시지예. 안지랑 곱창골목에서 생긴 우리 러브스토리 한 번 들어 보실랍니까.”

지난 6일 오후 1시41분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9번째 정류장인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 15명의 탑승객을 태운 버스에 등산객 복장을 한 부부가 탑승하더니 자리에 앉을 생각은 하지 않고 목청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대구 토박이 호야 아빠ㆍ엄마 역을 맡은 연기자였다. 이들은 다음 정류장인 앞산전망대로 가는 버스 안에서 곱창골목에 얽힌 러브스토리를 한껏 풀어냈다. 곱창과 곱창골목 안내는 덤으로 따라왔다. 탑승객 중 미국, 독일, 대만 등 외국인이 반이 넘었지만 구수한 대구 사투리에 몸동작까지 섞어 펼쳐지는 깜짝 상황극을 보면서 얼굴에는 활짝 웃음꽃이 폈다.

대구 토박이 호야 아빠ㆍ엄마 역을 맡은 배우가 6일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안지랑 곱창골목 정류장에서 탑승해 구수한 대구 사투리로 곱창을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대구 토박이 호야 아빠ㆍ엄마 역을 맡은 배우가 6일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안지랑 곱창골목 정류장에서 탑승해 구수한 대구 사투리로 곱창을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친구와 함께 탑승한 나타샤(41ㆍ미국)는 “사투리가 낯설고 알아듣기도 힘들지만 대구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4번째 코스인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정류장에서 펼쳐진 대구의 대표 관광지‧축제 소개 프로그램인 ‘망구ㆍ망태의 대구여행 쇼쇼쇼’퀴즈에서 정답을 맞춰 받은 선물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10여 분 곱창 스토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다음 목적지인 앞산전망대에 도착했다. 탑승객 2명이 내리고, 1시간 전 이 구간 시티버스에 탔던 4명이 구경이 마치고 새로 자리를 잡았다. 다음 목적지는 수성못.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수성못을 볼 생각에 탑승객들의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6일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버스를 탑승한 애슐리(왼쪽)와 나타샤가 11번째 정류장인 수성못 정류장에 내려 새롭게 단장한 시티투어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가리키고 있다. 윤희정기자
6일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버스를 탑승한 애슐리(왼쪽)와 나타샤가 11번째 정류장인 수성못 정류장에 내려 새롭게 단장한 시티투어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가리키고 있다. 윤희정기자

대구시티투어가 달라졌다. 올초 탑승객이 선호하는 노선과 풍성한 콘텐츠를 시험운영한 후 지난달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타다’의 경상도 방언과 카(Car)의 머리글자를 딴 ‘타뿌카’로 애칭도 만들었다.

대구시는 지난해 9월부터 이용객 저조로 적자에 허덕이던 대구시티투어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공청회 개최와 전문가 조언, 시민 의견수렴, 탑승객 설문조사 등을 통해 노선과 프로그램을 확 뜯어 고쳤다.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대구시 제공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대구시 제공

 ◇대구시티투어 ‘타뿌카’로 불러주세요 

대구시티투어는 크게 도심순환코스와 테마순환코스 두 가지다. 기존에 도심순환노선(시설관리공단)과 테마노선(대구관광협회)으로 양분됐던 운영주체는 대구관광협회로 일원화 됐다.

도심순환노선은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들으며 도심을 도는 코스로, 원하는 정류장에서 하차해 관광지를 둘러본 후 다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1회 승차권으로 하루 종일 자유로운 승‧하차가 가능해 탑승객 입맛에 맞는 관광코스를 짤 수 있다. 승차권은 차량 탑승 시 현금과 신용카드, 교통카드로 구매할 수 있다. 승차권 외 미술관과 놀이시설 입장료 및 체험료는 탑승자 부담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시티투어 노선이다. 1일 12회 대구 대표 관광지 14개소를 40분 간격으로 운영하던 기존 노선은 60분 간격에 1일 7회 12개소 순환으로 바뀌었다. 버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50분까지 △동대구역 △대구공항 △삼성창조캠퍼스ㆍ오페라하우스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 △동성로 △근대문화골목 △청라언덕역ㆍ서문시장 △이월드ㆍ두류공원 △안지랑곱창골목 △앞산전망대 △수성못 △국립대구박물관 순으로 달린다. 선호도가 낮았던 평화시장, 경상감영공원 등 5곳이 폐지되고, 최근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삼성창조캠퍼스ᆞ오페라하우스, 국립대구박물관, 대구미술관 3개 노선이 새로 추가됐다. 월요일과 설ㆍ추석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무휴다.

노후 버스 5대도 새 차로 교체됐다. 2층 버스 1대를 포함한 시티투어버스 6대 모두 컬러풀 대구 이미지에 맞게 외부를 새로 칠했다. 2010년부터 성인 5,000원으로 동결됐던 탑승요금은 1만원으로 변경했다. 중ㆍ고생은 8,000원, 어린이ㆍ경로ㆍ장애인ㆍ국가유공자는 6,000원이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보고, 듣고, 즐기는 시티투어 

대구시티투어는 단순히 관광지만 안내하는 ‘타는’ 버스에서 대구만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보고 듣고 즐기는’ 명물버스로 변신 중이다.

도심순환코스에 관광과 문화공연이 접목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요일 이 코스를 이용하면 버스 안팎에서 깜짝극을 감상할 수 있다. 이달부터 선보인 깜짝극은 대구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변하는 8월 혹서기를 제외한 4~10월 매주 토요일 100회 가량 펼쳐진다. 매달 1~3주 토요일에는 버스 안에서 ‘망구‧망태의 대구여행 쇼쇼쇼’, ‘보소보소, 호야 아빠요’ 등 두 가지 극이 각 2회씩 총 4회 펼쳐진다. 매주 마지막 주에는 삼성창조캠퍼스와 동대구역 광장, 대구국립박물관 등 야외에서 프로포즈, 가족사랑 이벤트 등 사전 신청을 통해 접수된 시민 이벤트가 열리게 된다.

김경호 문화마을협동조합 이사는 “대구시티투어는 해설사의 설명과 유쾌한 깜짝 상황극까지 더해져 대구의 대표 축제와 먹거리, 관광명소를 전하는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라며 “특히 마지막 주에 펼쳐지는 야외 이벤트는 도심순환형 시티투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이벤트여서 대구 시티투어만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구시티투어 야경투어 2번째 코스인 앞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구의 야경. 윤희정기자
대구시티투어 야경투어 2번째 코스인 앞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구의 야경. 윤희정기자

‘대구시티투어’ 앱을 깔면 운행시간표ㆍ도심노선코스 실시간 버스 위치 안내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대구시는 이달 중 외국인 탑승객을 위한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다국어안내기를 도입한다. 도심순환코스에는 의자 뒤에 부착형 안내판이 설치되고, 관광지를 이동하는 테마코스에는 목걸이형 다국어안내기가 보급된다.

김호섭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대구시티투어가 이번에 도심순환 문화콘텐츠 프로그램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며 “타뿌카를 타고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대구에서 맛과 멋 등 행복한 추억을 담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시민들과 대구시티투어 탑승객들이 야경투어 마지막 코스인 수성못을거닐고 있다. 윤희정기자
대구시민들과 대구시티투어 탑승객들이 야경투어 마지막 코스인 수성못을거닐고 있다. 윤희정기자

 ◇대구는 ‘밤’도 즐겁다… 취향대로 고르는 테마노선 

같은 날 오후 6시20분 대구도시철도 2ㆍ3호선 청라언덕역 2번 출구 앞에는 대구의 밤을 즐기기 위한 탑승객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6시30분 출발하는 야경코스 탑승객은 서울과 부산 등에서 온 4명과 대만인 4명 등 모두 8명. 길 걱정 없이 대구의 인기 야경 포인트를 즐기기 위해 신청했다고 한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탑승객이 많지는 않지만 무더운 여름밤에는 빈 자리가 없는 인기코스다. 청라언덕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과 앞산전망대, 수성못을 거쳐 오후 10시30분 다시 청라언덕역으로 돌아왔다.

이날 낮 도심순환코스를 돌고 야경코스까지 탑승한 김민주(54)씨는 “낮에 간 김광석 다시그리기길과 밤의 그곳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며 “대구의 낮과 밤을 모두 즐길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정식 야경투어는 오후 10시30분 청라언덕역 1번 출구에서 종료되지만, 이곳 주변에는 숨겨진 인기 관광지가 하나 더 있다. 500여m 떨어진 서문시장 야시장이다. 이 야시장은 3~11월 평일ㆍ일요일에는 오후 7시~11시30분, 금ㆍ토요일 오후7시~밤 12시, 12월~이듬해 2월 평일ㆍ일요일에는 오후 7시~10시30분, 금ㆍ토요일 오후 7시~11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야경투어를 마친 탑승객들이 서둘러 야시장으로 직행하면 대구의 깊은 맛도 즐기게 된다. 야경투어 종착역이 청라언덕역인 이유기도 하다.

서문시장 야시장을 가고 싶어 대구를 찾았다는 에이미(28ㆍ대만)씨는 “대구에서는 대만의 야시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에 대구 도심에서 봄기운을 느꼈다면, 올 10월쯤에는 팔공산 단풍을 보며 가을에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일요일 운영되는 팔공산 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화~일요일 운영되는 팔공산 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화ㆍ금요일 운영되는 비슬산 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화ㆍ금요일 운영되는 비슬산 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수ㆍ토요일 운영되는 수성가창 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수ㆍ토요일 운영되는 수성가창 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목ㆍ일요일 운영되는 낙동강 코스. 그래픽= 박구원 기자
목ㆍ일요일 운영되는 낙동강 코스. 그래픽= 박구원 기자

야경코스는 대구시티투어 6개 테마노선 중 하나다. 테마노선은 오전 10시30분 청라언덕역 2번 출구를 시작점으로, 오후 6시까지 요일별로 △팔공산코스(화~일)와 △비슬산코스(화ㆍ금) △수성가창코스(수ㆍ토) △낙동강코스(목ㆍ일)가 달린다. 체험테마코스는 오전10시30분 청라언덕역 2번출구와 오전11시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엿만들기와 사과수확, 인절미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코스 성격 상 체험객 수와 계절에 따라 아이템과 운영시간이 유동적으로 변경되며, 이달에는 주말 고령 딸기 따기 체험이 진행된다. 체험비는 별도다.

4~10월 금ㆍ토요일에 운영되는 야경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4~10월 금ㆍ토요일에 운영되는 야경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11~3월 금ㆍ토요일에 운영되는 야경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11~3월 금ㆍ토요일에 운영되는 야경코스. 그래픽=박구원 기자

금ㆍ토요일에 운영되는 야경코스는 4~10월에는 오후 6시30분 청라언덕역ㆍ서문시장에서 출발해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앞산전망대, 수성못을 거쳐 오후 10시30분 다시 출발지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오후 6시 청라언덕역ㆍ서문시장을 출발해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청라언덕, 83타워를 거쳐 오후 10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테마코스는 절반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관광지 입장료 및 식사는 본인 부담이다.

대구시티투어는 할인혜택에다 도심순환 및 테마노선의 ‘환승’도 가능하다. 당일 승차권으로 이월드 주간 자유이용권ㆍ앞산 전망대 왕복권 20% 할인, 게스트하우스‧한옥체험시설 5개소 숙박요금도 10~20% 할인된다. 또 당일 철도 및 고속버스 승차권, 도시철도 영수증을 제시하면 시티투어 탑승요금을 20% 할인 받을 수도 있다. 탑승객들은 1일 1회, 오전 10시30분 청라언덕역과 오전 11시 동대구역, 오전 11시16분 대구공항에서 도심노선과 테마노선을 바꿔 탈 수 있다. 만석 때는 환승할 수 없다.

정상훈 문화관광해설사는 “‘대구에 볼 것과 먹을 것, 즐길 것이 없다’는 소리는 이제 옛말”이라며 “대구가 낯선 외지인들은 시티투어 하나로 대구의 매력에 푹 빠져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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