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외부서 날아온 이물질 탓”… 주택 487채 등 재산피해 막대
86명 숨진 작년 캘리포니아 산불 땐 전기ㆍ가스공급사 “발화 책임” 인정
4일 고성ㆍ속초 등 강원도 5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전적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피해가 컸던 고성ㆍ속초 화재 발화장소인 전신주 개폐기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관리자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주민들의 줄소송이 이어져 막대한 규모의 손배소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인명 피해는 사망자 1명, 부상자 1명이다.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는 기적에 가깝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재산 피해는 막대하다. 주택 피해는 총 487채로 집계됐다. 근린생활시설 48채, 건물 100동, 축산시설 925곳, 농업시설 34곳, 공공시설 68곳도 화마에 꼼짝없이 당했다. 임야 503㏊가 불에 탔고 창고 77채, 비닐하우스 9동, 오토캠핑리조트 46동도 훼손되거나 망가졌다. 드라마 대조영 세트장 등 관람시설 158곳도 피해 시설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가축 4만1,518마리가 폐사했다. 3개 통신사 기지국 646곳이 피해를 봤고 인터넷 회선 1,351개가 장애를 일으켰다. 현재 19개 임시 주거시설에는 633명이 머무르고 있다.
고성·속초 250㏊, 강릉·동해 250㏊, 인제 30㏊ 등 축구장 면적(7천140㎡) 742배의 산림에 해당하는 총 580㏊가 잿더미가 됐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에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피해를 입었다. 본격적인 피해 집계가 시작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 중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고성ㆍ속초 산불원인을 둘러싼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신주 개폐기 불꽃이 다른 곳에서 날아온 이물질로 인한 것으로 자연발생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관리소홀에 따른 책임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손해배상 소송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피해주민들은 한전의 관리부실이 사실로 드러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산불 배상 책임과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대 전기ㆍ가스 공급 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 사례는 산불 원인 제공자의 무거운 책임을 알려주는 훌륭한 참고서다. 지난해 11월 총 8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가옥ㆍ건물 1만 4,000여채를 소실시켜 캘리포니아주 재난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캠프파이어(camp fire)’와 관련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은 지난달 28일 발화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이 무려 105억달러(11조9,49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도 주주들에게 공지했다. 때문에 PG&E 측은 이미 파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앞서 이 회사는 캠프파이어뿐 아니라, 2017년 여러 건의 초대형 산불과 관련해서도 부실한 고압전선 등이 발화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목되자 배상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 지난 1월 말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김정우ㆍ배성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