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사 인기 끌자 정운현 비서실장이 내용 공개
이낙연 국무총리의 메모 습관이 주말 동안 새삼 조명됐다. 지난주 강원 산불이 비탄에 빠뜨린 사람들 사이에 해야 할 일 등이 꼼꼼하게 적힌 이 총리의 ‘깨알 수첩’이 미담으로 회자되면서다.
정운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불 관련 메모가 담긴 이 총리 수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이 총리의 산불 대책 수첩 메모가 화제”라며 “뉴스1에서 오전 9시 47분에 사진 기사를 올린 지 4시간 만에 ‘좋아요’ 3,600여개, 댓글 1,100여개가 달렸다. ‘사고’ 관련 내용으로는 드물게 나온 호평”이라고 적고 사진을 게시했다.
산불 피해 상황과 진화에 투입된 장비ㆍ인력, 대책 등이 담긴 수첩 8쪽 분량의 메모에는 특히 ‘잔불 정리ㆍ뒷불 감시’, ‘이재민 돕기, 식사ㆍ숙박, 의복ㆍ의료, 학생 공부, 농업 등 시급한 생업 복구’ 등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이 일련번호와 함께 열거돼 있었고, ‘국민들께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착한 심성’, ‘기부금품을 가장 알차게 쓰도록 미리 준비’ 같은 표현도 눈에 띄었다.
정 실장은 “사진은 오늘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강원도 산불 관계장관회의에서 총리의 모두발언 내용”이라며 “총리실 간부들과 점심을 할 때 (총리에게) 사진 기사를 보여드리면서 수첩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선뜻 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께 양해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수첩에 관심이 모이자 5년 전 이 총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수첩 메모 관련 발언도 소환됐다. 신문 기자 출신인 이 총리는 2014년 2월 10일 SNS 글로 “또 한 권의 수첩을 다 썼다. 두 달에 한 권 꼴로 사용한다”고 알린 뒤 “바지 뒷주머니에 수첩을 꼽고 다니며 메모하는 것은 스물아홉 살부터. 올해로 36년째”라고 썼다. “30년 가까이 오른쪽 뒷주머니에 넣었다. 언제부턴가 허리가 아팠다. X레이를 찍어보니 오른편 골반 뼈가 위로 올라가 있는 거였다”며 “그 후 왼쪽 뒷주머니에 수첩을 넣어 골반 뼈를 조정하고 있다”는 사연도 전했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를 흉내 낸 “메모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표현으로 글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