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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떼려면 찔끔 이동... 대치동 학원가 불법주차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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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떼려면 찔끔 이동... 대치동 학원가 불법주차 골머리

입력
2019.04.08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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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도로가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이규리 코리아타임스 기자
지난 3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도로가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이규리 코리아타임스 기자

지난 6일 밤 9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도로가 고급 승용차들의 주차장으로 변했다. 학원에서 나오는 자녀들을 태우러 온 차량들은 주차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경쟁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다.

학원이 끝나는 10시가 되자 보도에 한쪽 바퀴를 걸치고 있는 일명 ‘개구리주차’를 하거나 횡단보도를 침범한 차, 버스정류장 앞에 정차한 차들까지 마구 뒤엉켜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버스 승객이나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주ㆍ정차 차량을 피해 아슬아슬한 보행을 해야 했다. 단속을 하러 나온 강남구 관계자는 “이 시간만 되면 왕복 8차선 도로가 꽉 막히는 일이 반복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강남구청이 ‘대치동 불법 주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특별집중단속에 나섰지만 ‘주차 지옥’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단속 인력과 갈수록 진화하는 ‘주차 꼼수’ 탓이다.

이달 1일 강남구청은 경찰 및 모범운전자회와 함께 24명의 특별단속반을 꾸려 대치동 학원가 불법 주차 근절에 돌입했다.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를 중심으로 세 방향으로 뻗은 총 1.5㎞ 도로가 이들이 사수해야 할 구간이지만 단속 동력은 애초부터 부실했다.

경찰의 협조를 얻은 기간은 처음 6일뿐이고, 구청 직원들이 야간에 현장에서 집중단속을 벌이는 기간도 1주일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속 빈 강정이다. 실제 교통단속 권한을 가진 인원은 구청 직원 12명뿐이고, 동원한 교통단속차량은 고작 3대다. 대치동 학원가에 몰려 있는 학원이 1,000여 개란 점을 감안하면, 단속 목적을 실현하기엔 역부족이다.

단속요원이 현장에서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대치동의 불법 주ㆍ정차 차량은 대부분 운전자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어 주ㆍ정차 ‘딱지’를 끊으려는 찰나에 찔끔 움직이면 그만이다. 일대 도로가 가장자리에 황색 점선이 그어져 있는 정차 가능 구간이라 5분 넘게 서 있으면 주차로 간주해 4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이동하면 단속되지 않는다.

운전자들은 “일 똑바로 하라”며 소리치거나 마치 채증이라도 하려는 듯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며 단속요원을 압박하기도 한다. 한 단속요원은 “가끔 시비가 붙어도 우리에겐 주차 딱지 끊는 것 외에 권한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일부러 더 험악하게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통 체증 해소 효과는 물론 단속 실적도 미미하다. 하루에도 400여 건의 주ㆍ정차 관련 민원이 빗발치지만 지난해 대치동 학원가에서 단속된 차량은 1년을 통틀어 1,825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계도한 차량은 10배가 넘는 1만9,251대에 달한다.

1,000명 이상의 구민 요청이 있는 청원 건에 대해 강남구청장이 직접 답변하는 ‘1,000명 청원 제도’에도 대치동 학원가의 불법 주ㆍ정차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일부 경찰과 공무원들의 교통지도가 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 주ㆍ정차 차량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강남구는 대치동 주ㆍ정차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구 관계자는 “집중적으로 단속해도 잠시뿐이지 주ㆍ정차난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며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운전자들의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속이 끝나면 금세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아예 단속 기간을 늘리거나 상시 단속 인력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이규리 코리아타임스 기자 gyulee@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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