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경북 울릉군 독도아카데미
‘공무원부터 독도 바로 알자’ 취지
일본 역사 도발에 신청자 크게 늘어
지난 3일 오전 9시50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동도선착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공무원 127명이 설레는 표정으로 여객선에서 내렸다. 이들은 멀리 제주도부터 경남도, 경북도 등 25개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들로, 울릉군이 운영하는 독도아카데미를 신청한 299기 37명 및 300기 90명의 수강생이었다.
김두영 경북도 축산정책팀장은 “전날 독도박물관에서 많은 공부를 하고 와서 인지 더 소중한 우리 섬 우리 땅으로 느껴지며 울컥 했다”고 “새벽 6시가 되기 전 일어나 준비하고 2시간30분간 배를 타야 해 힘들었는데 독도를 보는 순간 모두 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2시 울릉군 도동 군민회관에서는 독도아카데미 수강 공무원들의 입교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독도는 우리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씨가 깜짝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경북 울릉군이 ‘공무원부터 우리 땅 독도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말 시작한 독도아카데미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육지에서 가장 먼 거리의 도서인 울릉군의 열악한 교통 여건으로 연간 20여 차례 운영되지만,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신청자 수가 급증해 횟수도 2배로 늘었다.
전국의 공직자를 대상으로 10여 년째 진행중인 독도아카데미 일정은 2박3일간 독도박물관 등에서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역사적 사실들을 직접 보고 듣는 교육으로 짜여 있다. 2일째에는 울릉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나가 독도를 직접 밟는다. 또 울릉도를 육상과 해상으로 일주하고 울릉군 북면에 딸린 섬 죽도도 관광한다.
지난 10여년간 독도아카데미를 거쳐간 전국의 공직자 수는 2만7000여명. 매주 150명 이내로 한 기수를 뽑는다. 지난 4일 300기가 입교한 것을 감안하면, 기수 당 평균 약 90명의 공무원이 수강하는 셈이다.
독도아카데미는 매년 4월 시작해 10월까지 연간 7개월 밖에 운영되지 않는다. 지난해도 총 24기를 받았다. 육지와 울릉도를 오가는 교통 수단이 여객선뿐이고, 이마저도 대부분 겨울철 동해의 높은 파고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휴항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7개월 중에도 변화무쌍한 울릉도 날씨로 진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번 299기도 본래 2일 입교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로 연기돼 300기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울릉군의 독도아카데미는 이처럼 열악한 여건에도 매주 신청자가 100명 이상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소방, 교육, 경찰, 군부대 등 지금까지 250여개 공공기관 직원들이 골고루 참여했다. 때로는 자치단체장까지 바쁜 시간을 쪼개 참여한다. 전찬걸 경북 울진군수는 지난해 10월 직원 210명과 함께 배를 타고 와 수강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싣는 등 역사 왜곡을 노골화하자 신청 공무원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맞춰 울릉군도 주1회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주2회로 늘려 올해는 50기수를 받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달 말 울릉군 최대 숙원이던 울릉 일주도로가 반세기만에 개통돼 교육 진행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독도아카데미는 울릉지역 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수강하는 공무원들은 울릉군에 1인당 42만원의 비용을 내는데, 모두 소속기관에서 교육비와 출장여비로 부담한다. 이들은 또 2박3일간 머물며 지역 특산품 등을 구매한다. 이로 인해 울릉주민들은 아카데미 확대를 크게 반기고 있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교육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독도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는 명사 특강의 내실을 강화했다”며 “울릉 일주도로 개통으로 이동도 편리해져 전국의 공무원들이 이전보다 더 알차게 우리 땅 독도의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울릉=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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