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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혈액형이 달라도 가능하고 수술 성공률도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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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혈액형이 달라도 가능하고 수술 성공률도 97%”

입력
2019.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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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넘지 않으면 간 떼내도 1주일 이내 원상회복

새 면역억제제 덕분에 항암 효과도 거둬

주만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말기 간질환 치료에는 간이식이 최선이다. 하지만 뇌사자나 살아 있는 사람(생체)의 간을 떼내 붙여주는 간이식은 고난도 수술이다. 간 내부 혈관 구조가 복잡한데다 10시간 넘게 수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식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다행히 술기(術技) 발달로 요즘은 간이식도 배를 여는 개복수술보다 복강경수술이 대세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환자에게는 기쁨이지만 의사에게는 고통’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환자에게는 좋은 수술이지만 의사에게는 무척 까다로운 수술이다.

주만기(48)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를 만났다. 2005년부터 간과 콩팥 이식 수술만 500회 이상 집도한 ‘베테랑 칼잡이’다. 주 교수는 “간이식의 80%를 차지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위해 간을 70% 정도 떼내도 50세를 넘지 않았다면 1주일 이내 간이 원 상태로 돌아올 정도로 간 재생력이 뛰어나기에 간 기증자는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이식보다는 C형 간염, 비알코올성 지방간, 자가면역성간질환 등이 악화돼 간을 이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간이식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간은 70%까지 기능이 나빠져도 자각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몸이 붓고 황달이 나타나는 등 간 이상 증상이 생겼다면 간 기능은 이미 70% 이상 상실했을 때다. 이 같은 말기 간질환이라면 간이식 수술 밖에 치료할 방법이 없다.

어른은 간경변증, 급성간부전, 간암일 때 간이식이 필요하다.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1년을 살지 못하는 심한 간경화나 독성물질이나 간염바이러스로 간이 급격히 망가져 1~2주 안에 목숨을 잃을 급성간부전, 달리 치료할 수 없는 간세포암일 때 이식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선천성 담도폐쇄증, 급성간부전증, 선천적으로 간 대사효소가 부족해 간에 해로운 물질이 쌓이는 대사성 간 기능 저하일 때 수술한다.

최근 고령인의 간이식 수술도 활발해졌다. 지난해에는 우리 병원에서 79세 노인에게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을 정도다. 심장과 폐 기능만 좋다면 70세를 넘겨도 간이식에 크게 문제될 바 없다. 수술 성공률(수술한지 한 달 이내 사망하지 않을 때를 말한다)도 97% 정도로 크게 좋아졌다.”

-혈액형이 달라도 간을 기증할 수 있다는데.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간이식 수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 같은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은 기존 ABO 혈액형 적합 간이식 수술과 달리 이식하기 전에 환자에게 항체형성억제제(리툭시맙)를 투여하고, 혈장교환술을 시행한다. 전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아 이식 받지 못했던 말기 간경화나 간암 환자에게 새 생명을 찾아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최근 연명의료 중단 등으로 인해 뇌사자 장기기증이 급격히 줄면서 뇌사자 간이식도 연간 200~300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때문에 간이식을 받으려는 대기자가 크게 늘었다. 2016년 573건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뇌사자 장기기증이 2017년(515건)에 이어 지난해 449건으로 떨어졌다. 뇌사자 장기기증 감소로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가 3만4,423명(2017년 기준,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이른다. 간이식수술을 시행하는 의사 입장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간이식을 받으면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는데.

“장기이식은 건강한 장기가 몸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 몸은 주먹만 한 세균 덩어리가 들어오는 것 같이 반응한다. 소위 ‘거부반응’이라는 면역반응이다. 이런 거부반응을 막으려면 이식 순간부터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장기의 거부반응만 막는 게 아니라 몸 전체 면역을 억제하므로 감염에 매우 취약해진다. 따라서 최근에는 적은 용량의 면역억제제를 여러 종류와 조합해 사용함으로써 다른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면역억제제를 먹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3배가량 높아진다. 따라서 암 발병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사할 필요가 있다. 대개 장기이식 후 6개월까지는 한 달에 1회, 이후에는 2개월에 1회 외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연 1회 종합검진으로 이식 받은 장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상태도 체크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간암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새로운 면역억제제(mTOR 억제제) 덕분으로 면역 억제뿐만 아니라 항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덧붙여 이식을 받은 뒤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처리해야 할 대사산물이 증가해 이식장기에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간 건강을 유지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과음하지 말고 정기 검진을 받고, 의사 충고를 따르는 것이다.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데도 폭음하거나 간을 혹사하면 거의 간경화가 된다. 알코올의 독성물질 가운데 80%는 간에서 해독하는데, 간이 처리하지 못하면 간 손상을 넘어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염에 걸려도 잘만 관리하면 간 건강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간질환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B형이나 C형 간염에 감염되면 만성 간염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 가운데 30~40%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주만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장기 이식으로 면역억제제를 먹으면 암이 발병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암 발병을 억제하는 새로운 면역억제제 덕분으로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주만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장기 이식으로 면역억제제를 먹으면 암이 발병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암 발병을 억제하는 새로운 면역억제제 덕분으로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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