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10년 이상 몸 담았던 NC 양의지(32)가 적으로 처음 만난 친정 팀 두산을 울렸다.
양의지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5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공ㆍ수에서 만점 활약을 하며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타석에서는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포수 마스크를 쓰고는 7이닝 동안 선발 투수 루친스키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무실점 투구를 도왔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한 양의지는 줄곧 안방으로 사용한 잠실구장을 원정 팀 자격으로 찾았다. 더그아웃도 1루가 아닌 3루를 처음 썼다.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두산 선수들과 반갑게 해후한 그는 “모두가 반겨줬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 동안 자신을 응원했던 두산 팬들 앞에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선다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양의지는 “야유가 나올 것 같다”며 “사랑 받았던 팀에서 떠나 상대로 만난다는 것은 남다른 감정이 들 수 있다. 며칠 전부터 잠도 설쳤다”고 밝혔다.
양의지는 2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며 1루 관중석과 중앙 본부석, 수비에 나간 두산 선수들 방향으로 세 차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하지만 양의지의 예상과 달리 정중한 인사에 두산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인사를 마친 뒤 양의지는 다시 승부에 집중했고, 첫 타석부터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또 수비에서는 두산 타자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약점을 파고드는 볼 배합을 가져갔다.
두산을 울린 양의지는 경기 후 “친정 팀을 처음 상대해 긴장됐다”며 “첫 타석에 들어서 두산 팬들과 선수단에 인사를 드렸는데, 조금 울컥했다. 화답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수비에서 실책이 없던 게 승리로 이어졌다”며 “두산이 워낙 강 팀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했는데 1승을 거둬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