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난 나자르바예프, 수도 이름 본인 이름으로 개칭
‘노욕’ 부린 부테플리카, 사임 뒤에도 대국민 사과
지난 3월19일 사임한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78) 전 대통령과 4월2일 스스로 물러난 알제리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대통령. 두 사람에게는 비슷한 시기 2주 간격으로 대통령직을 ‘자진 퇴임’했다는 점 말고도 비슷한 면이 여럿 있다. 각각 30년, 20년 동안 장기집권을 이어온 고령의 독재자라는 점, 석유 자원이 풍부한 두 국가를 이끌어왔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독재자의 마지막 모습은 극명하게 달랐다.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카자흐스탄의 첫 대통령이었던 자르바예프는 퇴임 후에도 ‘상왕’으로서의 지위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그의 후임 정부가 수도 명칭을 그의 이름으로 변경할 정도다.
나자르바예프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인수한 토카예프 전 상원의장은 지난달 20일 대통령직에 취임하면서 수도 명칭을 기존 아스타나에서 ‘누르술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같은 날 의회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다. 국가 상징 중의 상징인 수도 명칭을 바로 직전에 퇴임한 전(前) 대통령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공교롭게도 누르술탄은 아랍어로 ‘빛의 최고통치자’라는 뜻을 지닌다.
퇴임 후에도 나자르바예프의 국정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그가 카자흐스탄의 막강한 권력 기구인 안보위원회의 의장직과 여당인 ‘인민민주당(Nur Otan)’의 당수직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대통령직을 사임하며 겉으로는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했지만 ‘섭정’을 통해 왕좌를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카자흐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통치 기간 중 강력한 경제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나자르바예프가 ‘박수칠 때 떠난’ 경우라면, 알제리의 부테플리카는 정반대다. 1990년대 동구 사회주의권이 몰락할 때 군중에게 잡혀 처형당한 루마니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를 연상케 하는 처지에 빠졌다. 국민들의 거센 사퇴 요구로 사임을 발표한 뒤, 신변 안전을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3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그간의 국정 실패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국민들이 다시 단합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집권 연장의 야욕에 눈이 먼 부테플리카가 경제 정책에는 소홀했던 탓에 알제리 국민들은 그간 경기 침체로 인한 높은 실업률에 허덕여야 했다.
알제리의 독립 영웅으로 추앙 받던 부테플리카는 1999년 이 나라의 첫 문민 대통령으로 집권을 시작했다. 오랜 내전으로 분열된 알제리를 통합하며 2004년 연임에 가뿐히 성공했지만 2008년 11월 대통령직 연임을 한차례로 제한한 헌법 조항을 폐지하며 ‘종신 대통령’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4년 폭력을 동원한 부정 선거 의혹 속에 다시 한번 임기를 연장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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