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靑국가안보실 2차장 귀국]
한미 정상회담 의제 등 사전논의
“금강산 관광 등 전혀 언급 안 해
한미 균열 없어… 대화는 잘 됐다”
北, 초기 비핵화 조치에 더 민감
美선 “단계적 해법 모색” 목소리
文정부 이 부분 두고 중재 시도
일주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5일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북한 비핵화의 최종 목적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북미 양측이 북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초기 이행조치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이견을 노출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최종 목표안을 지지하면서도 초기 비핵화 이행조치에 대해선 절충안을 만들도록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 등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김 차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제 상대방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과 정상 간 의제 세팅을 논의했다”며 “대화는 아주 잘 됐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핵화 최종 목적지, 즉 엔드 스테이트(end-stateㆍ최종 상태)나 로드맵에 대해 우리(한미)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다음 주 정상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 개념이 핵 프로그램 및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폐기까지 포괄하도록 북측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주장에 우리 정부가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관계 균열론을 낳았던 남북 간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가 의제로 다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이번 제 방미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은 전혀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미 간 대북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쪽 (당국자들의) 반응은 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균열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미 공조가 다시 강화된다 해도 이견 폭이 넓은 상태인 북미를 대화 궤도로 되돌려놓기 위해선 미국과 일정 부분 타협이 불가피한데, 어떤 부분에서 미측의 양보를 이끌어낼 지가 관건이다. 김 차장의 이날 발언에 비춰보면 북미가 초기 단계에 이행할 비핵화 및 상응조치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비핵화 최종목표에 WMD를 포함한다는 미국 안에 손을 들어줬으니 북미가 이 목표를 지키기 위해 선(先)이행해야 할 조치, 이른바 ‘조기수확’ 대상에 있어서는 미국에 타협을 요구하는 게 자연스러운 그림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초기 조치로 영변 핵시설 외에 미확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추가로 폐기하고 전체 핵물질 생산활동 동결에 합의해야 제재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측은 현재까지 비핵화 최종목표나 로드맵 상정을 거부한 채 선이행 조치로서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에만 합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평양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측이 공표한 메시지에선 비핵화 개념 정립을 향한 반발은 없어 북측이 초기 비핵화 조치에 대한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한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아직까지 WMD를 포함한 비핵화 재정의에 대해선 명확히 반발하지 않았다”며 “이는 북측이 초기 비핵화 조치에 더 민감하다는 뜻이어서 정부가 이 부분을 두고 북미 중재를 시도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초기 비핵화 조치에 대해 실제 미국 입장이 바뀌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일부 미국 언론들은 미 조야에서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한 미국의 일괄타결 방안이 비현실적이라, 현실적인 단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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